[Market Watch]WGBI 편입, 유입자금 80조 안팎…회사채 시장 영향은회사채 매수자금 유입 기대 어려워…국고채 공급과잉 해소 등 간접적 수혜
백승룡 기자공개 2024-10-15 09:25:21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 채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내년 11월부터 지수에 반영되면 80조원 안팎의 글로벌 투자자금이 우리나라 국채시장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채 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정부도 발행 부담을 덜게 됐다.다만 국내 기업들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WGBI 추종자금의 투자 대상은 국채에 한정돼, 회사채는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규 유입자금으로 국고채 금리가 큰 폭 낮아지면 회사채 시장의 금리 메리트가 부각돼 간접적으로 수혜를 누릴 수는 있다.
◇ BBGA 이어 WGBI까지 3대 채권지수 안착…추종자금 75조~90조 유입 전망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현지시간) ‘채권시장 국가분류’ 반기리뷰에서 한국을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022년 9월 WGBI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지 2년 만이다. FTSE 러셀은 런던 증권거래소그룹(LSEG) 자회사로, 세계 최대 시장지수 산출기관 중 하나다. 내년 11월부터 실제 지수반영을 시작, 1년 동안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GBI-EM) 등과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BBGA에 편입된 바 있다. GBI-EM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해 우리나라는 소득 기준 초과 등으로 제외된다. 즉 이번 WGBI 편입으로 세계 3대 채권지수 가운데 해당하는 2개 지수에 모두 안착, 명실상부한 채권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의 WGBI 편입 비중은 2.22%로 전체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WGBI 추종자금이 전 세계적으로 2.5조~3조달러 수준으로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한국으로 유입될 전체 자금은 약 560억~670억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75조~90조원 규모에 해당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WGBI 추종자금 유입으로 국채 금리가 평균 20~60bp(1bp=0.0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는 내년 201조3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발행 계획을 예고한 상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차환 물량을 제외한 순발행 규모만 83조7000억원에 달해 수급 부담이 우려됐는데 이번 WGBI 편입으로 국고채 공급과잉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만 잘 넘기면 하반기부터는 외국인의 신규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WGBI 추종자금은 내년 11월 이후 유입되겠지만 액티브 자금은 그 전부터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회사채 시장 ‘낙수효과’ 미지수…”국고채 공급과잉 해소 등 간접적 수혜 그칠 듯”
기재부 측은 WGBI 편입으로 금리가 안정됨에 따라 정부·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업이 ‘낙수효과’를 누리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WGBI 추종자금의 매수 대상은 국채이기 때문에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국고채 시장의 강세로 회사채 시장의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수요가 확산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김명실 iM투자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에 따른 유입자금은 국고채·통안채 등 국채에 한정된다”며 “대규모 국채 매수세로 국고채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의 크레딧 요인이 없더라도 오히려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차)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채권 잔고가 260조원 수준인데 95% 이상이 국고채”라며 “패시브 자금 외 액티브 자금을 고려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기조를 고려하면 회사채 시장의 신규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WGBI 편입으로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더라도 회사채 시장으로 파생수요가 생길 가능성은 아직 적다는 시각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WGBI 편입 성공의 배경은 신용도, 유동성, 수익성 등 세 가지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역으로 회사채 시장에 이들 요소를 적용한다면 유동성 측면에서 외국인의 투자유인이 낮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공기업이나 은행 등 초우량 크레딧물에 대한 수요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국고채 수급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회사채 시장의 간접적인 수혜라는 시각도 있다. 한 대형 운용사 본부장은 “내년 국고채 발행물량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발표만으로 국고채 금리가 7bp가량 뛰었고, 실제 발행으로 이어지면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연쇄적으로 높아지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WGBI 편입에 따른 유입자금으로 국고채 공급과잉이 해소되면 회사채 시장도 금리 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간접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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