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자진철회 물결…여전히 높은 IPO '심사벽'파두·이노그리드 등 '오명 만회' 위한 엄격 심사…철회기업 비용부담 불가피
손현지 기자공개 2024-10-18 07:45:18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달 들어 예비 상장기업들의 자진철회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심사 인력을 새롭게 투입하면서 기업공개(IPO) 심사처리 속도가 빨라진 가운데 자격미달 기업들이 빠르게 걸러지고 있는 양상이다. 파두·이노그리드 사태 등 굵직한 이슈를 겪은 거래소가 높은 심사 허들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다만 앞서 4~6개월 가량 거래소 심사를 기다려왔던 기업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IPO 예비기업들은 상장에 성공해 수수료를 취득하지 않는 이상 비용적 부담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일각에선 모험자본을 발굴하겠다는 기술특례상장제도의 기존 취지도 흐려진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10월에만 자진철회 6건…'비용부담' 예비 상장사 볼멘소리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15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심사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총 6곳이다. 리비콘을 시작으로 원포유, 시아스, 마키나락스, 엔더블유시, 이노테크 등 모두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다. 이 중 마키나락스와 엔더블유시는 기술특례 전형을 준비한 기업들이다.
올들어 유독 철회가 집중되고 있는터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지난달에는 총 4곳(씨아이에스케미칼, 애니원, 우양에이치씨, 지아이에스)의 기업들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앞서 8월에는 3곳(이녹스에코엠, 메인라인, 투네이션), 7월에는 3곳(이피캠텍, 진합, 시스콘로보틱) 등이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사실상 이들은 거래소가 평가한 'IPO 자격 미달' 기업들이기도 하다. 자발적 선택이라지만, 기업들 대부분 거래소로부터 잠정적 미승인 통보를 받은 뒤 철회를 택한 케이스라 실질적으로는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최근 거래소가 특별심사TFT를 가동하며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철회 결정도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기업에는 곧바로 미승인 의견을 통보하는 식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상장 예비기업들과 주관사들 사이에선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심사를 청구한 뒤 철회 결정까지 수개월이 걸린 상황이라 비용적 지출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IPO 주관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도 함께 불어나는 탓이다. 사실상 상장에 성공해 수수료를 취득하지 않는 이상 보전하기 어렵다.
리비콘의 경우 지난 4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6개월 동안 거래소의 평가를 기다린 케이스다. 원포유와 시아스, 마키나락스는 5개월, 엔더블유시는 4개월, 이노테크는 2개월 만에 자진철회를 결정했다. 연구개발이나 시설투자 등 비용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술특례제도 무용지물" 평가도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보다 엄격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공모주 시장 투자자 보호와 신뢰 회복 등을 위해 미래 실적 근거와 내부 통제 등을 이전보다 자세히 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술성이 입증됐을 지라도 사업성에 무게를 두고 평가하거나, 일반전형 심사와 마찬가지로 매출이나 수주 현황 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식이다.
일각에선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본래 취지인 미래 성장성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 현재 실적을 기준으로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탓이다. 올들어 현재까지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 50곳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심사기간인 45영업일을 넘긴 상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PO 심사벽이 높아지면서 올해 사상최대로 철회나 미승인 기업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파두사태에 이어 거래소가 사상최초로 심사를 번복한 이노그리드 사태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잣대를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금감원이란 큰 산도 남아있다. 금감원은 올해 거래소 심사를 통과한 다수의 기업들에게 정정요구를 하면서 자격요건을 깐깐하게 검증 중이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한 기업 CFO는 "당국 정정요구 기간을 아예 처음부터 고려해 공모 일정을 계획 중이다"라며 "정정요구가 수차례 이어지며 공모 일정이 밀리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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