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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국산 P-CAB 도전기]국내 중대형 제약사가 '강자', 6곳 뭉쳐 '2000억' 시장 베팅[총론]전세계 신약 5개 중 국산신약이 3개, 제네릭 많은 PPI 대체 가능성 눈독

김성아 기자공개 2024-10-17 11:11:48

[편집자주]

3세대 소화성궤양용제 ‘칼륨경쟁적위산분비 억제제(P-CAB)’제제가 개화 5년 만에 빠른 속도로 2세대 양성자펌프억제제(PPI)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세대교체의 주 무대는 국내다. 전 세계 규제기관 승인 P-CAB 제제 5개 중 3개가 국산 신약이다. P-CAB 개발사들은 영업력을 극대화할 파트너사들과 함께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P-CAB시장을 이끄는 3사의 영업 경쟁력을 비롯해 적응증 확대, 해외 진출 등 차별화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케이캡, 2022년 펙수클루, 2024년 자큐보까지. 6년 만에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 3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모두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이다. PPI가 대세이던 시장의 축이 P-CAB으로 기우는 형국이다.

첫 P-CAB 제제 발매 후 5년간 시장 규모는 연 2000억원대로 성장했다. 포화에 이른듯 보이지만 제약업계는 전체 1조원이 넘는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의 높은 성장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국내 중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퉈 P-CAB 진출에 베팅하는 배경이다.

◇2세대 PPI 단점 대폭 개선, 제네릭 위협도 아직

P-CAB이 대체하려는 시장은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다. PPI는 1980년대 등장 이후 소화성궤양 시장의 1차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 위산에 의한 활성화 조건에 따라 느린 약효, 식사 여부에 따른 투여 제약 등 한계가 명확했다.

P-CAB은 PPI의 단점을 대폭 개선했다. PPI와 달리 활성화 조건이 필요 없는 기전이다. 식사 여부에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며 약효 발현 시간은 5일에서 수 시간 내로 줄었다. 위산에 대한 안정성도 높아 PPI 대비 반감기도 길다.

시장에서의 지위 보호도 P-CAB 제제의 장점이다. 노후화된 약제인 PPI 제제는 이미 경쟁 제품도 많을뿐더러 제네릭 의약품(복제약)도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최초 PPI 제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로섹(성분명 오메프라졸)'은 제네릭 위협으로 2022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 P-CAB 제제인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신티(성분명 보노프라잔)’의 제네릭이 발매될 수 있는 시점은 4년 뒤인 2028년 11월로 예상된다. 2019년 출시된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5월 물질 특허 소송 승소로 제네릭 출시 시점이 2031년 8월 25일 이후로 정해졌다. 후발주자인 대웅제약, 제일약품 역시 10년가량 제네릭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보신티가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유의미한 제네릭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은 케이캡 특허가 만료되는 2031년이 될 전망이다. 적어도 6년 동안은 상대적으로 적은 경쟁으로 큰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국내 1호 P-CAB 코프로모션의 성공, 6개사 참전

P-CAB 시장은 1호 국산 제제인 HK이노엔의 '케이캡'이 독점하던 시장에 대웅제약 '펙수클루'가 빠른 기세로 뒤쫓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제일약품의 '자큐보'도 경쟁에 가세했다.

제제로는 3파전이지만 원개발사와 손을 잡은 파트너사가 참전하며 실제로는 6개사가 경쟁을 펼친다. HK이노엔-보령, 대웅제약-종근당, 제일약품-동아에스티 구도다.


이른바 '코프로모션' 경쟁전이다. 시작은 HK이노엔이 종근당과 손 잡은 것에서 시작됐다. 양사 영업마케팅 역량을 합쳐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킨다는 목적이었다.

소화기계 등 만성질환 제품 라인업이 크지 않고 P-CAB 기전에 대한 의료진의 보수적인 시선을 타파해야 하는 HK이노엔으로서는 병·의원 영업에서 강점을 지니는 종근당이 최적의 파트너였다.

양사의 협업은 P-CAB 제제 시장 안착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양사는 협업 한 5년간 케이캡 처방액을 1582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파트너사 종근당은 케이캡 매출이 2023년 제품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할 만큼 실적에 영향을 받았다.

해당 사례는 P-CAB 개발 후발주자인 대웅제약과 제일약품, 그리고 코프로모션 파트너사 역량을 갖춘 제약사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대웅제약은 HK이노엔과 계약을 종료한 종근당과 곧바로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었고 제일약품 역시 출시 전부터 동아에스티를 파트너로 맞았다.

6개 회사는 우선 P-CAB 제제 시장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PPI제제 성장성이 한풀 꺾인 지금 저변을 넓혀야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PPI 제제 처방 규모는 69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성장에 그쳤다. 반면 P-CAB 제제 외래 처방 규모는 2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점유율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케이캡이 처음 출시된 2019년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내 P-CAB제제 점유율은 3%대였으나 올해 2분기 20%까지 올랐다. PPI 제제 점유율은 같은 기간 60% 수준에서 53%까지 떨어졌다.

P-CAB 제제 개발사 관계자는 “아직 PPI 제제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시장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력이 필요하다”며 “파트너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출원을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시장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한정적 시간 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코프로모션이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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