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은 에코프로그룹에 잊지 못할 해다. 연결기준 자산총계가 처음 5조원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창립 25년 만이다. 그해 7월 지주사 에코프로는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몸값이 치솟다 보니 증권사들은 주가 전망을 포기했다.배터리 양극재라는 한 우물을 집요하게 파고든 전략이 적중했다. 2020년대 들어 전기차 산업이 고도 성장기를 맞이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는 '원료-전구체-양극재-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의 기반이 됐다. 현재 '에코프로' 상호를 단 계열사는 5곳에 달한다. 임직원들은 양극재 기술 경쟁력 하나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데 자부심을 느꼈다.
에코프로는 이후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자 그토록 자랑하던 밸류체인은 되레 약점이 됐다. 계열사 실적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저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창업주인 이동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올해 들어 연결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이대로라면 연간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
최근 에코프로 포항캠퍼스에서 열린 창립 26주년 기념식은 축하보다 자성의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간 양적 성장에 취해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소홀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자부심은 경계해야 할 자만심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근간에는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렸다.
에코프로의 성장사를 보면 위기가 아닌 날이 없었다. 창업 초기 사업 아이템이었던 유해가스 절감 촉매는 수요처가 없어 실패로 돌아갔다. 대출금 6억8000만원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매출이 없는 데다 지방 소재 벤처기업이다 보니 여기저기 운영자금을 빌리러 다니는 게 이 회장의 일상이었다. 2006년에는 전구체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300억원을 대출받아 투자했으나 경쟁사 저가 공세에 밀려 사업을 접어야 했다.
에코프로는 전기차 산업 성장기에 편승해 성장한 것과 구별되는 사업적 문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위기 타개책으로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 진출을 택했다. 현지에서 양극재 밸류체인을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 본업을 더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지에서 니켈 제련소를 운영하는 중국 1위 전구체 기업 거린메이(GEM)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어쩌면 '대기업' 에코프로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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