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인도 질주하는 현대차]점증하는 리스크, HMIL 정공법으로 돌파⑨'수출허브' 위협하는 지정학적 위험…'환경·인프라·규제' 걸림돌도 많아
구르가온(인도)=고설봉 기자공개 2024-10-29 08:21:08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가 또다른 도전에 나섰다. 미래 전략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한다. 세계 4위 증권시장인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에 인도법인을 상장했다. 경제 강국을 향해 거침 없이 성장하는 인도는 14억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도약한 현대차가 글로벌 1위에 오르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더벨은 현대차 인도법인 IPO를 계기로 인도 경제를 진단하고 현대차의 성공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도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리스크도 상존한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서방의 러브콜을 받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관계에서 또 다른 노선을 설정하며 리스크도 만들고 있다.인도는 사회와 경제적 측면에서도 여러 이슈로 혼란이 크다.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인프라 개발이 더디고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기업활동에 위험요소를 만들어 내기고 했다.
현대자동차로 좁혀보면 높아지는 인건비 부담과 더딘 인프라 구축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에 대응해야 한다. 또 증시 상장(IPO)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많아졌다. 인도를 수출허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보호무역주의 등 영향으로 차질이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지정학적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신흥국
인도는 기회의 땅이다. 특히 미·중 갈등, 러·우 전쟁 등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각광받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대표국으로 평가된다. 북반구 저위도,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의 신흥개발도상국을 의미하는 글로벌사우스는 중간지대로서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좁은 의미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최근 미·EU와 중·러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추구하며 주목받고 있는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을 50여개국을 의미한다. 지정학적 블록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재편, 성장잠재력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국가들이다.
최근 우방국을 중심으로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 지정학적 블록화)이 진행되면서 교역의 분절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도로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출시장 다변화, 생산기지 최적화, 수입처 다각화 등을 위해 인도와 관계를 긴밀하게 가져가고 있다.
최근 인도의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도는 반중국 정서에 따라 서방과 안보연대를 강화해왔다. 특히 2020년 라다크 국경 충돌 이후 쿼드(Quad)협상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미·인·일 해상 훈련에 호주 참가를 허용하는 등 쿼드 협력 강화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국 주도의 다자기구에 적극 참여하고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해무드를 조성했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방국가로 군사와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모디 총리와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바라티야 자나타당(Bharatiya Janata Party)이 집권한 후 무슬림 차별심화로 중동 국가와 관계가 경색되면서 경제에 부정적 영향도 커지고 있다. 2022년 6월 걸프협력회의(GCC)와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인도의 무슬림 차별 정책에 공식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인도와 이슬람 국가와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GCC 구성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이다. OIC 회원국은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지의 57개국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현대차의 중장기 전략을 위협할 수도 있는 요소다. 현대차는 단순히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수출허브로 인도를 점찍었다. 이번 IPO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요충지로 인도를 개발하기 위해서 추진했다. 현대차 인도법인(HMIL)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주요 수출국은 서남아, 북아프리카, 러시아 및 중앙아, 남아메리카 등이다. 인도의 외교정책 변화에 따라 현대차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언수 현대차 인도아중동대권역장 및 인도권역본부장(부사장)은 “인도 뿐 아니라 모든 국가마다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정부 정책이 결정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경제, 자연재해, 지정학적 갈등 등 수많은 변화에 따른 리스크 생긴다”며 “현대차는 여러 어려움에 항상 발빠르게 잘 대응하는 DNA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잘 계승·발전해 인도시장에서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매력적 제조업 생태계…환경·인프라·규제 등은 위험요소
경제적 측면에서 인도는 높은 경제성장률, 젊은 인구, 정부의 인프라 투자 등에 힘입어 성장잠재력이 풍부하다. 월 최저임금 측면에서 인도는 중국을 하회하는 등 생산비용이 낮다. 현대차를 포함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인도에 주목하는 이유다.
여전히 풀어야할 문제도 많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경제리뷰에 따르면 환경오염, 인프라부족, 규제비용, 무역환경 변화 등은 인도 경젱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특히 여러 리스크에 대한 국제사회 규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 성장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환경부문에서 인도는 온실가스 배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은 수준이다. IMF는 “인도의 경우 온난화가 농업부문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며, 환경오 염은 생산성을 약화시킬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인프라 부족은 경쟁국 대비 열악한 사업환경도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19년 경제성장과 인프라 투자 강화를 위한 5개년 국가 인프라 구축계획인 NIP(National Infrastructure Pipeline)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륙 수로와 도로, 항만 투자가 더려 물류능력 개선이 제한적이다.
또 인허가와 법률 관련 비용 등 규제비용이 높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WEF가 2021년 발표한 사업용이성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30위), 멕시코(60위) 등 주요 신흥국에 비해 인도는 63위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도 해외기업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인도는 2020년 9월부터 FTA 원산지 검증강화를 시행하고 있다. 원산지 증명을 위한 추가서류 및 은행 보증을 요구하고 인도표준국(BIS) 인증 의무화 대상을 확대하는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추세다. 2020년 기준 인도의 신규 무역구제 조사(반덤핑, 상계, 세이프가드 조치)건 수는 98회로 미국(210회)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이다.
금유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인건비 상승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인도는 여전히 주요 신흥국 대비 임금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인건비 상승률이 연간 평균 9%대로 높아지는 등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인도는 전세계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로 이해 관계자가 많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도 달라 리스크가 항상 있었다”며 “인도 진출 이래 여러 상황을 겪으며 그런 부분들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고 대정부 관계 형성도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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