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자본확충 절실 에코프로그룹, IB들도 '눈독'에코프로HN 유증, 에코프로㈜ 이어 에코프로비엠도 영구채…수익성 약화·재무부담 '가중'
권순철 기자공개 2024-11-01 07:23:50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8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 그룹이 연이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어 IB들도 일감 확보에 한창이다. 에코프로㈜가 750억원 규모의 신종 교환사채(EB)를 발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그룹의 핵심인 에코프로비엠이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찍어 최소 2000억원을 조달하는 계획에 착수했다.2차전지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익성이 꺾이고 대규모 투자 지출에 따른 재무 부담이 누적돼 자본을 쌓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황 개선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한동안 재무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는 조달 루트가 물망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에코프로 그룹, '자본 확충' 러시…2차전지 섹터 불확실성 '확대'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 이사회는 지난 21일 75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EB를 발행하는 계획을 가결했다. 만기는 30년이지만 2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었다. 해당 사채의 교환 대상 주식은 자기주식으로 교환가액은 기준가 8만3791원에 10%를 할증한 9만2200원으로 설정됐다.
에코프로㈜가 2007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래 발행하는 첫 신종자본증권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회사는 2021년 15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찍은 바 있지만 자본성 증권을 취급한 적은 없었다. 이로써 에코프로㈜는 올해 사모 영구채를 찍은 대기업들 가운데 롯데지주에 이어 두 번째 지주사로 기록됐다.
그룹 내 자본 확충 러시는 에코프로㈜에 한정되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는데 이중 600억원 가량을 모회사 에코프로㈜가 지원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에코프로비엠이 최소 2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기까지 했다.
그룹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에코프로비엠은 대규모 조달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들에 인수 오퍼를 했던 당시 기준, 증액 한도까지 별도로 정하진 않았다. 투자 수요가 모이는 대로 발행할 것이라는 입장인데 에코프로 신종 EB 투자자가 다채로웠던 것을 감안하면 에코프로비엠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주사와 더불어 핵심 계열사들까지 자본 조달에 나서는 것은 에코프로 그룹에겐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그만큼 그룹이 현재 직면한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코프로 그룹은 핵심 전방산업인 2차전지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투자 지출에 따른 재무 부담을 실감하고 있다.
◇캐즘에 '꺾인' 수익성…투자 부담 누적에 자본 확충 '절실'
에코프로 그룹은 2차전지 캐즘의 직격탄을 받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상반기 연결 기준 에코프로는 1조8846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전년 동기(4조816억원) 대비 4배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손익과 순손익도 모두 적자(845억, 902억)로 전환됐다.
2023년 그룹 매출의 95%를 책임진 에코프로비엠의 수익성이 꺾인 영향이 컸다. 2023년 상반기 2220억원의 영업이익과 1628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 들어 각각 106억, 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에코프로비엠이 사실상 적자를 냈다고 판단했는데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입으로만 930억원이 잡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듯 주력 비즈니스로부터 발생하는 캐시플로우가 약화됐음에도 그룹이 감당해야 할 투자 지출은 상당한 규모로 추산된다. 연간 19만톤의 양극재 캐파를 보유한 에코프로비엠은 2027년까지 이를 71만톤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등 자회사들도 신규 비즈니스 진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재무 건전성 지표도 덩달아 급변하면서 어느 정도 고삐를 쥘 필요성이 생겼다. 지난해 기준 에코프로의 순차입금/EBITDA값은 2.6배였지만 이 수치는 올해 상반기가 끝나갈 즈음 89.1배로 급등했다. 물론 외부 차입보다는 수익성이 약화된 영향이 컸지만 신평사들의 등급 하향 트리거(3.5배 초과)를 건드리게 된 것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당분간은 재무 부담을 급격히 가중시킬 조달 루트를 빈번하게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기평도 이와 관련해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종속회사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부담 통제 여부 및 그 수준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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