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07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대민족에 대대로 내려온 교육경전 탈무드엔 다음 같은 문장이 있다. '재채기와 가난 그리고 사랑은 숨길 수 없다'. 이 구절의 함의를 해석하는 시각은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론 누구든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을 뭉뚱그려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다만 구태여 앞선 격언에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불안함, 초조함 같은 모습도 묶어 전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예상치 못한 미래, 앞날 등에 두려움을 느낄 때가 가장 인간의 원초적인 얼굴을 보여주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플라톤 같은 철인이든 황금 속에서 헤엄치는 재벌이든 산전수전을 겪은 벤처 1세대 기업가든 말이다.
얼마 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김범수 카카오 공동의장 공판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1차 공판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을 보인 김 공동의장은 2차 공판에서도 같은 차림으로 재판에 나섰다. 수의 대신 정장을 입은 건 재판부에 예의범절을 차리는 의도도 있겠지만 스스로 '결백하다' '당당하다'란 의연함을 보이고 싶은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맨손으로 수년간 약육강식의 벤처 업계를 누비고 결국엔 카카오란 거대 기업집단을 일군 김 공동의장도 끝내 인간적인 모습을 벗어던지는 건 어려웠던 것 같다. 1차 공판에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간간이 한숨을 푹 내쉬었던 그는 2차 공판에선 연거푸 자리를 옮겨 다녔다.
초반 변호인단 뒤에 앉아있던 그는 변론 중 어느새 방청석 앞에 자리한 강호중 투자전략실장 옆에 앉아 있었다.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다시 그는 변호인단의 뒤로 복귀했다. 표정은 변함없이 굳어있었지만 체감 상으론 적어도 2번씩 자리를 오갔다.
2차 공판에선 차후 재판 과정과 김 공동의장 거취를 결정할 보석 심문이 함께 진행됐다. 구속돼 3개월을 보내며 구치소에서 추석을 지낸 김 공동의장이다. 좌불안석, 안주부득이란 말처럼 김 공동의장의 잦은 자리 이동은 보석, 재판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숨길 수 없는 인간적인 초조함과 불안함의 발로였던 건 아닐까.
김 공동의장의 보석은 조만간 결정이 날 전망이다. 빠르면 30일 진행될 공판기일에서 선고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 중 구속 기간 연장 시 최대 만기일은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이번 보석 결정에 따라 새해 맞이 장소가 구치소인지 가족이 기다리는 집인지 결정되는 셈이다.
피로했던 2차 공판과 보석 심문을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는 길, '인간' 김 공동의장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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