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이사회 분석]오늘의집, 밸류는 2조 자본금은 10억…감사는 7년째 공석'자본금 10억 미만' 상법상 자율…감사 자발적 임명한 '리디·당근마켓'과 대조적
박동우 기자공개 2024-11-08 08:40:41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밸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다. 인수·합병(M&A)이나 증시 상장 준비로 도약 국면을 맞기도 한다. 성장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부응해 이사회 인적구성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THE CFO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이사회 변화를 시계열로 조명하면서 중심으로 창업자와 개별 이사의 관계, 경력과 전문성, 선임 배경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15:3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구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는 밸류(기업가치) 2조원을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이다. 올해로 창사 10년을 맞이했는데 창업자를 포함한 사내이사 3인, 국내외 투자사 임원 2인을 아우르는 5인 체제로 이사회를 운영 중이다.하지만 이사회 활동을 감독해야 할 감사는 따로 두지 않았다. 2017년 감사가 퇴임한 이래 7년째 '미선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이라서 상법상 감사 배치가 자율이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미달해 의무가 없음에도 감사를 자발적으로 임명한 리디, 당근마켓 등 다른 유니콘 기업과 대조적이다.
◇'설립 10년' 올해 CFO 사내이사 첫 합류
버킷플레이스 이사진은 5명으로 이뤄졌다. 사내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으로 구성했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버킷플레이스는 출범 원년인 2014년 당시만 해도 이승재 창업자 단 한 사람만 등기돼 있었다. 2016년 첫 자금 유치를 계기로 투자사 인력이 이사회에 진입하며 총원이 3인으로 늘었고 2018년에는 5인까지 확대됐다.
사내이사 3인방 가운데 이승재 대표와 김진식 오늘의집페이 대표는 회사 태동부터 함께했다. 1987년생인 이 대표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 다니던 중 창업했다. 2011년에는 태양광 에너지를 접목해 야외 쓰레기통을 제조하는 이큐브랩을 공동 설립한 이력도 갖췄다.
김 대표는 명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직후 이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이 대표는 버킷플레이스 창업 이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2000년대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를 개발하며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했던 홍준성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가 2022년 신임 CTO로 합류하자 김 대표는 직책에서 잠시 물러났다. 올 5월부터 자회사 오늘의집페이 수장을 맡아 자체 결제 서비스를 구축하는 신사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출범 이래 처음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사회에 진입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올 2월 지영환 재무총괄이 사내이사로 부임했다. 지 이사는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국내 육아용품 전문기업 코니바이에린 CFO를 역임했다. 버킷플레이스로 자리를 옮긴 시점은 2021년 9월이다.
CFO를 이사회 멤버로 합류시킨 데는 수익성 제어와 기업공개(IPO)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연결기준으로 2022년 516억원, 2023년 175억원의 영업손실을 잇달아 시현하면서 실적 적자를 해소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래 증시 입성을 염두에 둔 조치도 착착 이뤄졌다. 지난해 재무제표 작성 기준을 한국회계기준(K-GAAP)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바꿨다.
◇'1990년대생 한국계 미국인' 비상무이사도 참여
버킷플레이스가 상장에 관심을 두는 건 투자금 확보 이력과 맞닿아 있다. 설립 이래 누적 3230억원을 조달했다. 2016년에 IMM인베스트먼트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에서 10억원을 받았고 2018년에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네이버로부터 100억원이 유입됐다. 2022년 시리즈D 라운드에서는 산업은행(1000억원)을 포함해 국내외 기관에서 2300억원을 유치했다. 이때 인정받은 밸류가 2조원이었다.
자연스레 투자사 임원들이 버킷플레이스 이사회에 참여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자금 집행을 감독하는 동시에 경영 조언을 수행하는 역할을 설정했다. 2019년까지는 재무적 투자자(FI) 인력들이 사외이사 직위를 달고 이사진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2020년 시리즈C 라운드 유치를 계기로 사외이사 자리를 없애는 대신 기타비상무이사로 배치하는 직위 개편이 발생했다.
2020년 이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은 김경모 미래에셋캐피탈 이사와 채대권 본드캐피탈 제너럴파트너다. 1978년생인 김 이사는 버킷플레이스 창업자 이승재 대표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동문이다. 2018년 1월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하면서 연을 맺었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벤처투자는 2018년 시리즈B, 2020년 시리즈C, 2022년 시리즈D 라운드까지 세 차례 자금을 지원했다.
1993년생인 채 이사는 미국 시민권자로 2020년 7700만달러(770억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를 주도한 인물이었다. 채 이사가 몸담고 있는 본드캐피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투자사다. 1990년대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인터넷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메리 미커(Mary Meeker)가 2018년 설립했다.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진용을 꾸렸지만 이사회를 감독해야 할 감사는 선임하지 않았다. 창사 이래 활동했던 최영옥 감사는 2017년 3월에 퇴임했고 이후 7년째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상법 제409조에 따르면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인 회사는 감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 버킷플레이스 자본금은 4억2252만원이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미달해 감사 선임 의무가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상근감사를 둔 유니콘 기업들과 대비된다. 자본금 7억원을 갖춘 리디는 1980년생 김용선 감사를 2020년에 발탁했다. 9억원대 자본금을 보유한 당근마켓에서는 1981년생 김현학 감사가 2018년 물러났다가 2022년 다시 부임해 활동 중이다.
더벨은 감사 미선임 관련 입장과 향후 계획을 질의했으나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이사회에 관한 정보는 그간 내부에서 공유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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