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 스토리]태성, 미래 먹거리 '유리기판' 판매 초읽기양산 걸림돌 '크랙' 해결 "2025년 하반기 수요 본격화"
안산(경기)=이종현 기자공개 2024-11-04 10:52:19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1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리기판 양산을 위해서는 미세균열(크랙)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공정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일체 투입되지 않는 반도체 공정 수준의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유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지그(JIG)에 유리를 올려주는 구조로 겸용 개발했습니다."인쇄회로기판(PCB) 공정 자동화 1위 기업 태성이 미래 먹거리 '유리기판' 사업 본격화를 예고했다.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 태성 본사에서 장비 시연회를 개최했다. 차세대 기판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리기판 생산을 위한 전공정 장비다. 연내 초도물량 제작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태성은 PCB 자동화 생산에 필요한 핵심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PCB 기판에 여러 약품 처리를 한 뒤 기판 표면에 잔존하는 약품을 세정·건조하는 습식설비 제조를 전문으로 한다. 설비 제작 외에 PCB 외주 생산과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기, LG이노텍을 비롯해 PCB 업계 1위인 폭스콘의 자회사 펑딩 등에게 PCB 제조 장비를 납품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캐시카우인 PCB 설비를 바탕으로 먹거리 다양화에 나섰다. 그중 하나가 유리로 구성된 반도체 패키지 기판(Substrate)을 위한 장비다. 유리기판은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PCB 대비 한정된 표면에 더 많은 반도체 회로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다.
시연회에서 태성이 공개한 것은 글라스관통전극제조(TGV) 공정을 마친 유리기판의 전처리 과정을 위한 습식장비다. 식각(Etcing, 에칭)부터 전처리 과정의 자동화 겸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업계 표준격으로 여겨지고 있는 대면적(510*510㎜)을 커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태성의 유리기판 핵심기술 개발 임원은 "유리기판 양산을 가로막는 40~50%의 문제는 결국 크랙"이라며 "TGV 공정을 거치다 보니 LCD나 OLED 유리기판에 비해 크랙이 취약하다. 글라스 핸들링이 특히 중요한데, 이를 위해 크랙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크랙 최소화를 위해 태성이 택한 것은 지그의 활용이다. 지그는 작업 중에 부품의 위치를 고정하는 데 쓰이는 장치다. 일종의 소켓 역할을 한다. 에칭과 세정 등의 과정에서 고정되지 않은 유리에 가할 수 있는 손상을 최소화한다. 겉면은 PVC로, 내부 소재는 항공기에 쓰이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 경량화한 것이 특징이다. 하중이 큰 유리기판을 한 장씩 보관하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아무리 조치를 취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태성은 센서를 통해 공정이 시작하기 전, 공정이 끝난 후 크랙의 여부를 살피고 만일 크랙이 발견될 경우 해당 유리를 빼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양면 에칭과 파티클 저감, 정전기 방지 구조에도 신경을 썼다.
유리기판의 전반적인 공정 과정은 PCB 생산 공정과 유사하다. 양면 에칭 기술이 대표적이다. 통상의 TFT LCD 공정에서는 단면 회로로 구성되는 반면 PCB와 유리기판은 양면으로 구성된다. 태성의 양면 패턴에 대한 설계·공정 대응 노하우는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든 LCD 기술 보유한 기업과의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유리기판에 대한 이해가 태성의 강점이라면 유리 소재에 대한 이해는 LCD 관련 기업들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태성에는 LCD·OLED 장비 설계·분석 인력들이 근무 중이었다 보니 일찌감치 TF 팀을 조직해 장비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김종학 태성 대표(사진)는 본격적인 매출 발생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고 얘기했다. 비밀유지계약(NDA)인 탓에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못하지만 관련 업계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조만간 초도물량이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매출 발생 시기는 내년 2분기를 예상했다. 그는 "내년까지는 투자를 하고, 내후년 하반기부터는 양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아마 우리 장비 수요도 내년 하반기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시장 선점을 통한 락인 효과도 기대 중이다. 김 대표는 "PCB 분야가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다. 한 번 장비를 들이면 바꾸지를 않는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수입 제품을 바꾸는 데 7년이 걸렸다"면서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선두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태성은 유리기판 외에 이차전지를 위한 복합동박 사업도 전개 중이다. 신사업을 위한 캐파 증설도 추진 중이다. 최근 천안시 공장 부지를 약 194억원에 매입했다. 이곳에서 복합동박과 유리기판 장비를 생산할 예정이다. 지금은 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도 7월 완공 후 양산에 돌입해 10월부터 매출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신사업을 위한 동력은 PCB 사업에서 기인한다. 태성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322억원, 영업이익 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1.8%, 1279.7% 증가한 수치다. 아직 신사업에서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기존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 대표는 "PCB 전공정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 없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던 곳들도 폐업하다 보니 우리가 독과점처럼 됐다"면서 "여유가 생기다 보니 고급화를 통해 수익 개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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