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나서는 현대제철]감산 기조 내년까지, 설비 재조정 해법 '주목'④고부가 생산 체제 전환 필수…"포항 2공장→1공장 전환 배치"
이호준 기자공개 2024-11-08 07:34:00
[편집자주]
호황 뒤 불황이 오는 건 철강 업계에서 늘 반복된 사이클이다. 하지만 불황이 오고도 호황이 언제 올지 모른다면, 심지어 다시 오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제 최대한 아낄 건 아끼고, 내놓을 건 내놔야 할 상황에 놓였다. 포스코와 함께 국내 양대 철강회사로 꼽히는 현대제철의 현주소다. 더벨은 고난의 시기를 맞이해 철저한 진단과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현대제철의 상황을 집중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14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사 차원의 경쟁력 진단을 진행 중인 현대제철에서 비주력 사업군 정리 외에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공장 등 설비 활용 방안이다. 현대제철은 국내 공장의 감산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가겠다고 발표했지만 철강업계는 감산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로 보고 있다.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현대제철이 일부 설비 조정에 나서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감산 외의 돌파구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감산 외에 저가 제품 축소 및 수익성 중심의 생산 체제 구축을 언급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올해 3분기 현대제철은 매출 5조6243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을 거둬 영업이익률이 0.9%에 머물렀다. 지난 1분기 0.9%였던 영업이익률은 원가 절감 노력으로 2분기 1.6%까지 올랐으나 이번에 다시 0%대로 주저앉은 셈이다.
영업이익률이 나오지 않는 원인은 간명하다. 건설 등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과 일본·중국산 철강재 공급과잉이 맞물려 단가하락이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호황기 대비 제품 가격이 30% 이상 하락한 상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제철도 나름 강수를 두고 있다. 상반기 동안 인천공장의 전기로 설비를 보수하며 비가동 상태로 감산에 들어갔다. 하반기에는 당진제철소 전기로 제강 설비 보수와 함께 유동적으로 진행해온 야간 조업을 수시로 축소해 구조적 감산 체제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제품 가격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감산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내년까지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감산 같은 일시적 조치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중국 업체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언급되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저가 제품에서 고부가 제품으로의 생산 체제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일부 생산 설비 조정 없이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0년대 중반 인천 주강공장의 경쟁력 약화로 열처리기, 믹서기, 프레스기 등 설비를 정리했다. 2020년에는 당진제철소에서 저가품 위주로 생산하던 전기로 열연 사업을 수익성 악화로 접었다.
이제는 품질 향상과 탄소 감축을 목표로 설비 조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도 당진 열연 전기로 사업을 접고, 전기로와 고로 설비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품질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가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포항에서도 2공장에서 1공장으로 인력을 전환 배치해 특수강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설비 조정의 적기가 지금이라는 시각도 많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설비를 조정하면 2026년 이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저탄소 제품 수요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연초 철의 날 행사에서 인천과 포항 공장 매각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의 주요 사업장으로는 당진제철소와 인천, 포항, 순천공장이 있다. 당진제철소를 비롯한 대부분 공장에서 열연, 냉연, 후판, 철근, 특수강이 생산되며 포항공장은 특수강, 순천공장은 냉연 생산에 특화돼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많이 팔아도 결국 손해가 날 만큼 코너에 몰려 있다"며 "싸게 수주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저가 철강재 설비는 가동을 줄이고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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