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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바퀴달린 스마트폰 시대]삼성·현대차 파트너, SDV로 제2막 연다"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ADAS 고도화 경향, 4년 전부터 만반 준비"

판교(경기)=김도현 기자공개 2024-11-26 08:14:50

[편집자주]

전기차, 자율주행 시장이 확산하면서 전동화를 위한 부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중 핵심이 차량용 반도체로 꼽힌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전례 없는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완성차업계가 공급망 재편에 나선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외산업체 독무대였다면 대기업부터 중견 및 중소기업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생태계 확장에 한창인 국내 차량용 반도체 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율주행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고도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 대표적이다. 텔레칩스는 4년 전부터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경기 판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텔레칩스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자동차 전동화 트렌드에 따른 다양한 기회를 모색 중이다.

◇굴곡 겪은 팹리스 1세대, '모바일→오토모티브' 시프트

텔레칩스는 삼성전자 출신 이 대표가 1999년 설립했다. 당시 '벤처붐'을 타고 여러 팹리스 업체가 등장했지만 건실하게 사업을 유지한 곳은 거의 없다. 1세대로 여겨지는 텔레칩스의 현재진행형 역사가 두드러진 띄는 배경이다.

초기 사업은 MP3용 칩이 메인이었다. 이 대표(사진)는 "처음 창업했을 때는 반도체 황무지 시기였다. 회사를 먼저 만들고 무엇을 개발할지 고민했다"며 "MP3에 이어 휴대폰 쪽으로 확장하면서 사세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텔레칩스는 시련을 맞이했다. MP3와 피처폰이 밀려나면서 주요 매출처가 사라진 탓이다.

텔레칩스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했다. 기존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면서다. 과거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 성과도 차량용으로 가져갔다. 일본에서 레퍼런스를 쌓은 뒤 현대자동차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이 대표는 "오토모티브 분야에 투자할 때 5년간 수익이 없었다. MP3 등으로 근근이 버텼고 결과적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AP로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돌핀(Dolphin)' 시리즈가 대상이다. 국내에 이어 해외로 영역을 넓힌 상태다. 현대차, 기아, 포르쉐, 혼다, 아우디, 도요타 등 완성차업체는 물론 현대모비스, LG전자, 콘티넨탈 등 전장 부품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폭스바겐까지 텔레칩스 반도체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리즈가 연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어느덧 '돌핀5'가 다음달 양산을 앞두고 있다. 2023년 개발한 칩으로 8나노미터(nm) 공정 기반이다. 추후 5나노 기반 '돌핀7'도 출시 예정이다.

경쟁 상대는 퀄컴, 미디어텍, 르네사스 등 내로라하는 팹리스사들이다. 이 대표는 "돌핀5는 퀄컴, 미디어텍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영역에서 쓰인다. 우리가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어 경쟁사들은 출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텔레칩스는 돌핀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더해 개선한 '엔돌핀(N-Dolphin)'도 선보였다. 오토 크루즈 등 기능에 활용되는 전방 카메라용 AI 가속기다.

이외에도 초고속 차량용 네트워크 게이트웨이 'AXON', 멀티 모터 제어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VCP' 시리즈 등도 텔레칩스의 신무기다. 특히 이 대표는 AXON이 미래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텔레칩스는 고성능 컴퓨팅(HPC) 칩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돌핀, 엔돌핀, AXON 등을 결합해 차량용 HPC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심산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SDV 성장세가 있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를 일컫는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운영된다.

시장조시가관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SDV 시장은 매년 18.6% 커지고 있다. 2024년 552억달러(약 77조원)에서 2028년 1074억달러(약 15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ADAS나 자율주행에서 중요한 게 드라이빙, 파킹 등이다. 최근 이런 부분 등을 고도화하려는 접근이 나오고 있다"면서 "HPC 중심이 되는 인포테인먼트, ADAS, 네트워크 등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텔레칩스의 최신 차량용 AP '돌핀5'

◇삼성 파운드리와 끈끈, 글로벌 공략 강화

텔레칩스는 주력 제품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긴다. 양사는 장기간 협업을 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최근 대만 TSMC와 손잡는 사례가 많아진 국내 팹리스 업계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대표는 "삼성 파운드리가 100%인데 대만 등으로 이원화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에서 충분히 잘 대응해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텔레칩스는 단일 칩만 공급하던 사업 구조를 메모리, 전력관리칩(PMIC) 등을 하나로 묶어 모듈화한 시스템인패키지(SiP)를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저전력 메모리 등이 도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와 접점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변수는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현상 및 완성차 업계의 반도체 내재화 바람이다.

이 대표는 "텔레칩스 솔루션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구분 없이 다 쓰인다"며 "SDV로 완전히 전환되기 전에 기존 아키텍처가 활용되기 때문에 (양쪽을 다루는) 우리는 둘 다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등이 자체 칩 개발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는 영역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완성차 측에서 하이엔드급을 내재화하려 한다면 텔레칩스는 미드로우급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추후에 엔트리급 차량에도 SDV가 적용될 텐데, 이때 우리 칩을 SDV화해서 판매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텔레칩스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 이어 지난달 대만과 싱가포르까지 추가했다. 각각 자동차 또는 반도체 특화된 나라들이다.

이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지역에서도 마케팅을 진행하려고 한다. 아직 지사가 없는 곳이 인도, 남북미인데 관련 지사를 셋업하려는 건 그만큼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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