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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바퀴달린 스마트폰 시대]자율주행 꿈꾸는 라닉스, '외산 독점' 보안칩 도전①자동차 국방·금융 등 고객 논의, 내년 말 'V2X' 시제품 출시

김도현 기자공개 2024-08-16 07:30:13

[편집자주]

전기차, 자율주행 시장이 확산하면서 전동화를 위한 부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중 핵심이 차량용 반도체로 꼽힌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전례 없는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완성차업계가 공급망 재편에 나선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외산업체 독무대였다면 대기업부터 중견 및 중소기업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생태계 확장에 한창인 국내 차량용 반도체 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4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모바일에서 오토모티브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동차 쪽은 생명과 직결돼 안전 및 보안이 핵심 키워드인데 둘 다 구현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라닉스는 장기간 수익을 못 내면서도 기술력을 확보해왔다."

최승욱 라닉스 대표(사진)는 8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근 차량 전동화 트렌드로 '세이프티'와 '시큐리티'가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편해지는 만큼 돌발 사고, 해킹 등 변수가 커지면서다.

라닉스는 개발 중인 차량사물통신(V2X)칩에 보안 기술을 결합하기로 했다. 별도의 보안칩도 내놓고 관련 지적재산(IP) 바탕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이패스부터 차량사물통신까지' 자동차 반도체 라인업 확장

라닉스는 2003년 설립된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다. 실리코니어, 서두인칩 등을 거친 최 대표가 창업자로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초기부터 라닉스는 완성차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패스용 통신(DSRC) 시스템온칩(SoC)을 상용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 현대기아차 단말기에 탑재됐다. 라닉스는여전히 하이패스 비포마켓(BM)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기록 중이다.
최승욱 라닉스 대표

새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 V2X다. V2X는 자율주행 핵심 요소로 도로 위 여러 디바이스와 자동차가 연결 및 소통하는 기술이다. 다만 V2X는 단순한 통신칩이 아니다. 보안, 무선주파수(RF), 소프트웨어(SW) 스택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는 제품이다.

이 때문에 라닉스는 2000년대 말부터 10년 넘게 V2X 칩을 개발하고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진전은 있었다. 5세대에 걸쳐 V2X칩을 개선했고 2020년대 들어 종합 솔루션을 완성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V2X용 멀티 프로세서는 내년 말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최 대표는 "오토톡스가 올 상반기 5G V2X 관련 칩을 출시했는데 아직 확산되지 않은 것 같다"며 "국내 자동차 탑재 단말기, 기지국 쪽 업체들이 라닉스를 찾고 있다. 기존 제품은 비싸거나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 미국 등에서는 영내 자동차에 V2X 탑재를 의무화하는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이를 따라야 한다. V2X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의미다. 현대기아차도 해당된다.

이 과정에서 보안 이슈가 떠올랐다.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해커 등의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주요국에서는 하드웨어 시큐리티 모듈(HSM) 등 보안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만 판매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거나 시행 중이다.

보안칩은 인피니언, NXP 등 외산 기업이 주도하는 분야다. 팬데믹 시기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뒤 국산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라닉스의 경우 암호 인증칩, 암호 보안 컨트롤러 등을 상용화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올해 말 칩 특화 기술을 확보할 전망이다. 라닉스는 칩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보안 IP도 판매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차량용 반도체도 보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국내 팹리스는 관련 노하우가 없어서 라닉스의 IP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른 라이선스 수익 등이 기대된다"면서 "사물인터넷(IoT), 금융, 국방, 의료 등에서도 보안 기술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가 공략할 영역"이라고 전했다.

앞서 라닉스는 국가정보원 암호모듈검증(KCMVP)을 받은 바 있다. KCMVP는 국가 및 공공기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암호 모듈의 안정성과 구현 적합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와 국방 사업 등을 전개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향후 라닉스는 보안칩 라인업을 꾸준히 늘릴 방침이다. 양자 기능도 더해 양과 질 모두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올해 말과 내년에도 신제품 출시 예정이다.


◇파운드리 다각화 및 토종 팹리스 협력 추진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구형(레거시) 공정으로 대부분 양산됐지만 최근 흐름은 달라졌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 수준이 올라오면서 요구되는 반도체도 고성능화되기 때문이다. 수십 나노미터(nm)대에서 10~20나노대까지 진입한 상태다. 추후 10나노 미만까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라닉스가 내년 선보일 V2X칩은 22나노 공정 기반으로 한다. 제작은 글로벌파운드리가 맡는다. 당초 삼성전자도 고려했으나 상대적으로 오토모티브 분야에 IP 등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도 오토모티브용 공정 및 라인을 마련하는 등 국내 팹리스와 접점 확대를 모색 중이다.

또 다른 국내 파운드리인 SK키파운드리도 라닉스와 협업을 준비 중이다. SK키파운드리는 라닉스의 보안 IP를 활용해 차량용 반도체 고객과 연계하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추후 동맹전선이 형성된다면 국내 생태계 확장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자국 팹리스끼리 교류가 많지 않았다. 각각 특화된 기술을 갖추고 있고 필요한 게 달랐기 때문"이라며 "시스템온칩(SoC)과 같은 '원칩'이 대세인 상황에서 각자의 장점을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모바일 대비 경험이 적은 자동차 쪽에서 더욱 필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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