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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보드]'10조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 과거와 다른 점은이사회 구성 확대 및 사외이사 위상 상승…현금 보유량은 33조→16조대로 축소

김슬기 기자공개 2024-11-21 08:35:43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15: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자기주식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2014~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했다. 2018년 액면분할을 진행한 후에는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보다 배당으로 주주환원을 진행했다.

지난 자기주식 소각 카드는 당시 권오현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겸할 때 나왔다. 당시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등기이사로 있었으나 단 한 차례도 이사회에 참여해 해당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못했다.

현재는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로 바뀌었고 사외이사의 수도 당시보다 확대됐다. 이재용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내려온 상태이며 이사회 멤버도 아니다. 사외이사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커져 자사주 매입에 대한 의결도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재무적으론 10년전에 비해 본사 기준 보유 현금량이 33조원 규모에서 16조원으로 축소됐다는 점이 달라졌다.

◇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시절 자기주식 매입 의결 모두 불참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기주식 취득의 건'에 대해 의결했다. 삼성전자가 자기주식 취득 안건을 올린 것은 2017년 10월 31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10년간 총 10번의 자기주식 매입에 관해 결정했고 대부분 2014~2017년에 몰려있다.

과거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았을 때였다. 권오현 대표(DS부문)가 의장직을 겸했고 2014~2015년 사내이사로 윤부근 대표(CE부문), 신종균 대표(IM부문),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등 4명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사외이사는 이인호·김한중·송광수·이병기·김은미 등 총 5명이었다.


사내이사에 변경이 있었던 시점은 2016년 10월이었다. 이재용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기존 이상훈 실장이 물러났다. 다만 이 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한 뒤 있었던 자기주식 매입 안건 의결 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2017년 1·4·7·10월 등 네 차례에 걸친 의결 현황을 보면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된다.

의결을 진행했던 2017년에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렸을 때였다. 정상적인 이사회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2016년 11월 검찰에 출석했고 12월에는 국회 청문회에도 나가게 됐다. 이듬해 2월 구속됐고 8월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2018년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면서 석방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자기주식 매입과 관련해서는 의결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할 수 없었다. 2017년에는 사업보고서상 사내이사의 참석률이 공개될 때가 아니었다. 이를 미루어 보면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있었을 당시 이사회를 통한 경영을 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 2017년까진 참석자 전원 만장일치, 2024년 달라진 환경

2024년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했을 때의 이사회 구성은 2017년과는 확 달라졌다. 일단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로 변했고 사외이사의 비중이 과거 44%에서 60%로 확대됐다. 현 사내이사는 한종희 DX부문 경영 전반 총괄 대표,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CFO(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4명이고 사외이사는 5명에서 6명으로 확대됐다.

사외이사로는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김준성 싱가포르 투자청 토탈리턴그룹 이사,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유명희 전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 등 6명이다. 이 중 김한조 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2017년과 2024년의 재무 상황도 다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본사, 즉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2016년 33조원대였고 2017년에도 28조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은 16조원대에 불과하다. 과거 대대적인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했을 때와 쓸 수 있는 현금이 다르다.

과거 자기주식 매입을 통해서 주가 부양이라는 소기의 성과도 얻었다. 2014년 11월 120만원대(액면분할 전, 액면분할 후 기준 2만4700원대)에서 2017년 3월 200만원대를 넘겼고 2018년 1월 250만원대를 목전에 뒀었다. 다만 해당 시기에는 매출과 이익이 크게 상승하는 국면이기도 했다.

2015년 200조원대였던 매출은 2018년 243조원대로 커졌고 영업이익 역시 26조원대에서 58조원대까지 뛰었다. 하지만 2023년 매출은 258조원대를 기록, 전년도(300조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데다가 영업이익 역시 3분기말 기준 26조원대까지 회복했으나 과거 수준에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303조원, 영업이익 35조원대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향후 1년간 총 10조원의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내놓았음에도 과거와 같은 주가 부양 효과를 얻을 지 미지수다. 또 이번 자기주식 매입은 이사회 만장일치로 결정되지 못했다. 허은녕 사외이사가 기권 표를 던지면서 과거 참석자 만장일치로 결정됐던 것과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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