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08: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를 위한 항변'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롯데에 또 한 번 실망할 수밖에 없다. 부인 공시라니. 그것도 계열사 컴플라이언스 담당들이 같은 내용을 '복붙'으로 일사불란하게 '공시'까지 낼 줄은 몰랐다. 개인 의견으로 치부해버리고 말면 될 일이다. 시대가 확실히 바뀐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다.그 유튜브를 봤다. 정제된 어투였지만 단어는 매콤했다. '몰락', '제2의 대우그룹', '나락'…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담백한 팩트보다는 포장된 단어와 이미지라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그게 자칫 선동으로 이어지면 지라시 하나에 그룹이 동요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 같다.
롯데가 어렵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 경영진과 회장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정말 롯데가 '나락'을 향하고 있고 그런 취급을 받아야 마땅하냐는 것은 다른 문제다. 롯데의 '쌍포'는 유통과 화학이다. 팩트를 짚어보자.
유통의 대표선수인 롯데쇼핑은 대표적인 '욕받이'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매년 EBITDA 1조원씩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감가상각 부담에 순손익 규모는 들쭉날쭉 하지만 근본적인 영업활동현금흐름 창출 정도를 보면 '몰락', '나락'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도 3분기 누적 EBITDA로 1조원을 넘겼다. 물론 순차입금 14조원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견조한 신용등급(AA-/S) 덕에 EBITDA로 이자비용 정도는 스스로 감내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보면 적어도 자기 객관화는 돼있구나라는 점도 느낄 수 있다. PBR이 낮은 이유로 △오프라인 유통업 매력 하락 △경쟁사 대비 매출 감소 △재무구조 개선 방안 제시 부족을 들었다. 시장의 평가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다. 자기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고 봐줄 수 있다.
롯데케미칼도 답답한 것 맞다. 그런데 여기, 아직 부채보다 자기자본이 30% 이상 많은 곳이다. CFO의 역량인지는 몰라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1조원 이상을 내고 있다. 최근 해외 계열사 지분 유동화로 1조원 이상의 현금도 마련한다고 한다. 순차입금이 7조원이라지만 따지고 보면 상상도 못할 규모의 차입금도 아니다.
케미칼도 조금씩 바뀌는 중이다. 문제의 기초화학은 5년 안에 전체 사업 비중의 30% 이하로 내린다고 한다. 대신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 소재의 비중을 늘린다고 한다.
위기에 처한 기업을 욕해서 얻는 '도파민'보다 중요한 것은 현 롯데에 대한 시장의 정확한 진단과 지난 몇 년 간 저질렀던 실책을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한 감시가 아닐까. 따뜻한 시선과 응원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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