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미국에 3년간 22조 쏟은 현대차, 연 '200억달러' 경제효과[완성차] HMGMA·핵심 자회사 조단위 투자…기술이전·고용효과도 '지렛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4-11-25 08:31:22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부동산 재벌'이지만 정책적으로는 좀처럼 부동산이나 금융같은 비산업 분야에 응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게 글로벌 금융시장을 바라봐온 전문가의 눈이다.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은 정책에 따라 미국으로 유입될 자금과 미래 기술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용할 가능성이 높은 '3고(高)' 고금리·고환율·고물가와 트럼프 내각에 참여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증명한다.
이런 상황은 현대차그룹에 충분히 지렛대 역할을 할만 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외부 자금 유입을 반길 수록 많이 투자한 기업에 무턱대고 박할 수는 없다. 현대차의 최근 미국 투자 방향도 미래 기술과 미래차에 집중돼 있다.
◇"현대차 대미투자, 미국에 연간 200억달러 경제효과"
한국은 대미투자가 가장 활발한 국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의 대미투자 규모는 215억달러에 달했다. 한화로 28조5300억원이다. 한국의 역대 대미투자 규모로도, 글로벌 국가 중 대미투자 규모로도 가장 큰 수준이다.
이중 현대차가 쓴 돈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차는 2022년 모두 105억달러 규모의 신규 대미투자 계획을 밝혔다.
실제 투자 규모는 어떨까.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자동차 CEO로 선임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21년 이후 메타플랜트(HMGMA)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 두 곳을 포함해 미국에 158억달러(약 2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약 3년간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한해 대미투자 규모와 가까운 금액을 현대차그룹 혼자 쓴 셈이다.
22조원 중 절반은 HMGMA에 쏟았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과 HMGMA에 12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는데 HMGMA에는 약 76억달러를 들였다. 10조7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된 이 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무뇨스 사장은 HMGMA와 2개의 배터리조인트벤처(JV) 등을 포함한 대미투자로 미국 내에서 연간 200억달러의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뇨스 사장은 올해 3분기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에서의 사업 확장으로 연간 200억달러의 경제효과와 19만명의 고용창출을 이뤘다"고 했다. 이어 "조지아주에 대한 126억달러 투자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만 약 6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 경호하는 '로봇 개', 현대차 대미투자 결과물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주위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폿(Spot)'이 순찰을 도는 모습이 최근 포착됐다. 스폿은 트럼프 당선인 이전에도 유명인 곁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전력이 있다. 2022년 CES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연단에 함께 올랐다.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의 미래기술 구심점이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확보를 위해 초기 투자금액만 8억8000만달러(약 1조2200억원)를 썼다.
현대차그룹의 미래기술 핵심 계열사는 모셔널과 슈퍼널, 보스턴다이내믹스다. 모두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미국 기업 인수와 자회사 설립, 운영 역시 넓은 관점에서 대미투자의 일환이다. 미국 자회사의 성장이 곧 미국 시장에 대한 경제효과와 기술 신장,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져서다.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에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현대차그룹과 미국의 앱티브가 각각 20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했다. 모셔널이 이후 4년간 재정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앱티브가 손을 뗐고 현대차의 자회사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합산 지분율은 85%까지 높아졌다.
슈퍼널은 2020년 설립됐다. 현대차그룹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법인이다. 지난해 말 슈퍼널은 2028년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의 상용화를 목표한다고 밝혔다.
eVTOL 제조공장도 신설한다. 이 공장의 위치나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보잉, 록히드마틴, 테슬라 출신 등의 인력 보강으로 고용 인원은 지난해 말 이미 600명을 넘겼다.
◇앞으론…GM 협업 무기 삼아야
트럼프 2기 정부가 전기차로의 전환에 제동을 거는 이유는 미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시원치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장악하지 못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느니 아예 다른 나라가 경쟁력있는 시장을 축소해버린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이 흐름에 수혜를 보는 건 제너럴모터스(GM)가 대표적이다.
GM이 수혜 그룹에 포함된다면 선제적 협업을 맺어둔 현대차그룹에 유리한 판도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자국 기업인 GM의 부양이라면 현대차는 수혜와 함께 GM과의 업무 협약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가 GM에 줄 수 있는 건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이다. 배터리 등 필수 부품 공급망을 공동으로 활용한다면 현대차와 GM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 또 현대차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카 등 전 차종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손에 꼽을 만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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