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 사각지대]시가감정 비즈니스, 경매사 진출은 '이해충돌'?"2차 가격형성 관계자, 신뢰성 우려" vs "리세일 가치 편중 줄이면 감정업 성장에 도움"
서은내 기자공개 2024-12-19 10:36:02
[편집자주]
미술품 물납제 시행, 미술품 담보대출 수요 등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감정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술품 감정은 미술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인프라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미술품 감정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업계의 오랜 난제로 되풀이되는 중이다. 때마침 감정 관련 법이 개정되며 정부가 감정체계 손질을 예고하고있다. 더벨은 현재 미술품 감정과 관련된 업권의 논쟁과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 제도 변화의 방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옥션이 시가감정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전문 감정업계 일각에서는 경매사의 감정업 진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옥션은 국내 양대 미술품 옥션회사 중 한곳으로 줄곧 1위 사업체로서 지위를 굳혀온 회사다. 2차시장 핵심 사업자로서 시장가 형성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우려의 주된 배경이다.10일 서울옥션에 따르면 최근 '시가감정위원회' 출범을 기점으로 서울옥션은 기존 고객으로 대상을 한정해왔던 미술품 시가감정 서비스를 수익화된 형태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기존 서울옥션 내에서 고미술, 근현대미술, 해외미술 등을 다뤄온 전문 인력들이 분야별 심의위원으로 참여해 감정서비스를 수행하는 구조다.
옥션회사의 고객은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경매, 중개 또는 판매 방식으로 옥션을 통해 작품을 매각하려는 부류와 작품을 구매하려는 부류다. 크게 보면 이들은 컬렉터라는 하나의 군으로 묶인다. 이들 컬렉터들은 모두 시가감정의 수요자인 셈이다. 작품의 매매 목적 외에도 자산가치로서 작품 시가를 감정받고자 하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상속, 증여나 세금 이슈에 있어서도 미술품의 시가감정은 중요한 절차다. 시가감정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근거다. 이같은 수요를 확인하면서 서울옥션은 시가감정 서비스 론칭을 모색해왔다. 아직 개인 고객 중심 서비스에 그치고 있으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익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 전문 감정업계, 경매사 2차시장 가격형성에 영향력 우려
서울옥션이 시가감정 서비스를 자신있게 내놓은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차시장의 가격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술품 2차시장은 작가의 손을 떠나 처음 거래된 작품이 재판매(리세일)되는 시장이다. 2차시장의 대표 주자가 옥션회사다.
서울옥션은 1998년 설립돼 국내에서 최초로 미술품 경매를 시작했다. 2차 시장 1위 업체로서 보유해온 거래가격 데이터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산인 셈이다. 옥션사의 시가감정 비즈니스 진출은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성을 활용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높여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 감정기관을 중심으로 반발도 나오고 있다. 서울옥션이 감정업 진출을 모색하던 초기부터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미술품 전문 감정법인 관계자는 "경매에서는 응찰자 2명만 경합이 붙어도 순식간에 가격이 올라간다"며 "그런 경매시장의 이해관계자인 옥션사가 평가하는 감정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옥션 역시 양대 옥션회사로서 보유한 미술품 경매데이터의 양과 분석 능력은 서울옥션에 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익화에 대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서울옥션은 신규 비즈니스에의 도전을 감행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서울옥션 내에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시가감정에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이 있고 감정서비스는 별다른 진입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규 사업을 수익화 할 수 있는 분야로 내다봤다"며 "옥션사가 가진 역량을 펼칠 기회가 있는데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균형있는 평가 필요, 감정업 성장에 긍정적이란 시각도
반대로 옥션사의 감정 비즈니스 진출이 감정 산업의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현재 한국화랑협회도 진위감정과 시가감정을 진행하는 감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화랑협회가 미술품 거래 1차 시장, 즉 주요 화랑 종사자들이 모인 곳이란 점에서 옥션사의 감정업 진출과 비슷한 특성을 띤다.
화랑협회의 감정위원회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면 이해충돌의 여지는 있으나 감정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감정기관 전문위원은 "경매사의 감정업 진출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시장 자체를 키우고 활성화시킬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옥션사의 시가감정이 2차시장 가치에만 편중될 경우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할 부분이다.
앞선 전문위원은 "1차 시장에서는 작품이라는 현물 외에 보다 작가의 미술사적 의미와 학술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다각도로 작품 가치가 평가된다"며 "옥션사의 최대 역량인 리세일 시장 가격에만 치중할 경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1, 2차시장 양면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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