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이사회 개편 디아이동일, '스텝업' 전제조건은경영투명성 제고 이행계획 발표, 서민석 회장 후퇴 가능성
이돈섭 기자공개 2024-12-19 08:15:07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13: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섬유업체 동일방직을 모태로 삼고 있는 디아이동일이 이사회 구성을 재편한다. 최근 2개월여간 소액주주 분쟁과 주권 매매거래 중지 사태 등을 거치면서 이사회 독립성 제고 계획을 자체 수립했다.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디아이동일 이사회를 이끌어왔던 오너일가 2세 경영인 서민석 회장의 2선 후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소액주주 문제제기, 이사회 개편 시도 원동력
디아이동일은 지난 11일 이른바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최대주주인 정헌재단과 디아이동일의 이사 겸직을 제한하는 한편,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 산하에 윤리경영위원회를 구축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개선하고 내부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경영투명성 제고 계획이 발표된 직접적 계기를 찾으려면 두 달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8명으로 구성된 디아이동일 소액주주 연합이 회사가 최대주주인 정헌재단 측에 수년간 자금을 빌려준 과정과 내용, 재단 직원이 회사 감사직을 겸직했다는 사실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10월 임시주총에 감사 교체 안건을 제기했다.
그 이후 설상가상 증권선물위원회가 디아이동일 산하 동일라코스테가 과거 자본과 수익, 비용 등을 과대계상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사실을 문제 삼아 이를 검찰에 고발, 디아이동일이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 오르면서 주권 매매거래도 중지됐다. 그로부터 열흘여 뒤 개최된 임시주총에선 소액주주 안건이 부결됐다.
그리고 지난 11일 거래소는 디아이동일이 받고 있는 혐의가 심의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그 이튿날 주권 매매거래가 재개됐다. 주권 매매거래 정지 기간에도 자사주 소각 정책을 발표했던 디아이동일은 주주 우려를 불식한다는 차원에서 기심위 심의대상 제외 결정 직후 주식배당 결정과 경영투명성 제고 계획 등을 연이어 공시했다.
경영투명성 제고 계획에 따라 디아이동일 거버넌스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서민석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디아이동일 이사회 의장인 서 회장은 디아이동일 최대주주인 정헌재단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데, 앞으로 재단과 디아이동일 이사 겸직이 제한키로 했기 때문이다.
◇ 오너일가 이사회 잔류 가능성, 이사진 다양성 구축 관건
서 회장이 정헌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디아이동일 이사회에 남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련의 소액주주 측과 분쟁 내용 등을 감안했을 때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 회장이 2선으로 후퇴하는 방안이 시장의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올해로 81세를 맞은 서 회장은 현재 지분 6.28%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다만 서 회장이 디아이동일 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하더라도 서 회장 아들인 서태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현재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오너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서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1.51%에 불과하지만 3세 경영 틀이 잡힌 만큼 주식 증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선 사외이사 수를 추가하거나 이사진 다양성을 구축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한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는 "오너기업에선 오너십과 경영진을 견제·감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역할이 이사회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이사회는 사내이사 위주였지만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에 기용해 온 건 긍정적이다.
자산총계 7037억원으로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는 디아이동일이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감사위뿐 아니라 이사회 산하에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 등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다만 이 경우 사외이사에 회계 전문가를 기용, 감사위 실질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현재 디아이동일의 사외이사진은 산업공학을 전공한 카이스트의 장석권 교수와 미국 뉴욕 소재 투자회사 EMP BELSTAR의 이준호 대표, 법무법인 세종의 임성우 변호사로 구성돼 있다. 현재로선 공인회계사 자격을 가진 사외이사는 전무하다. 현재 감사로 일하는 김창호 상임감사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 감사실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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