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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한국정보인증, 주력사업 힘 보태고 이종사업 발 넓혔다③전자서명 관련 법인 흡수, 블록체인으로 활동 범위 확대

최현서 기자공개 2024-12-18 07:40:55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정보인증에게 2020년은 '위기'의 해였다. 그해 전 영역에서의 공인인증서 의무 적용 조항 자체가 사라졌다. 한국정보인증을 중심으로 한 과점 시장 구조가 흔들렸다.

한국정보인증은 생체 인증 사업을 준비하며 위험에 대응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리스크 회피에 도움을 준 건 공인인증서의 보편화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공동인증서 사업 외에도 일회용 비밀번호(OTP) 사업을 시작하며 인증·보안 사업 영역에 힘을 보탠 게 대표적이다. 광고와 블록체인 등 이종사업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과점 구조 흔든 2020년, 먹거리 다양화 '경종'

한국정보인증은 1999년 세워진 뒤 공인인증서 시장에서 43%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한 지배적인 사업자다. 한국정보인증, 코스콤 등 5~6개 사업자가 온라인 인증 사업을 맡았다.

정부의 정책 덕분에 소수 사업자만 활동할 수 있었다. 전자서명법과 전자기본거래법에 따라 정부가 인정한 공인인증기관이 전자서명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아울러 전자서명 시장이 보안 시장의 특성과 비슷하다는 점도 소수 사업자가 활동하기 좋은 여건이었다. 기업은 보안 제품을 도입할 때 자사의 시스템 등을 고려한다. 이때 검증을 통해 도입한 제품은 잘 바뀌지 않는다. 전자서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적용됐다. 일부 전자서명 사업자가 입지를 더 굳힐 수 있었다.

이런 구도를 바꾼 게 2020년 공인인증서 폐지 결정이다.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조항이 사라졌다. 이름도 '공동인증서'로 바뀌었다. 한국정보인증이 지배적 사업자로 활동하던 영역 자체가 흔들릴 위기였다.

여론이 공인인증서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한국정보인증은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해 한 발 앞서 준비하고 있었다. 2015년 FIDO(Fast IDentity Online) 기술 기반 지문인식 사업을 위한 SW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그해 8월 삼성페이에 지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공인인증서 시스템을 바꿀 수단이 없다는 효과를 더 크게 봤다. 공동인증서에 생체 정보 인식 기능이 적용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 생활화' 효과로 기존 제품 교체 수요가 적었다. 한국정보인증에게는 '천운'이었다.

◇효과 드러나는 전략, 인증 매출 비중 절반 미만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줬던 만큼 한국정보인증 경영진은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근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전자서명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공인인증서 의무 조항이 삭제된 2020년 기준 한국정보인증의 연결 기준 매출은 457억원이다. 이 중 인증서 매출은 373억원으로, 전체의 81.6%에 달했다. 또 다른 수익원으로 분류되는 공개키 기반구조(PKI) 솔루션 부문 매출은 27억원에 불과했다. 전체의 5.9%다.

한국정보인증은 2021년 6월 말 사업 다각화를 위해 OTP 제작과 공급을 주 사업으로 하는 '미래테크놀로지'를 흡수합병했다. 정보보안 영역인 인증사업과 물리보안인 OTP를 엮어 기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정보인증 입장에서는 금융 시장에 OTP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금융 시장 내 입지를 굳히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국정보인증은 당시 작성한 증권보고서를 통해 "전자서명 수단 간 차별이 폐지됨에 따라 다양한 전자서명 기술과의 경쟁을 통한 서비스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전자서명 서비스의 매출이 감소할 경우 존속회사인 한국정보인증의 전체 매출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사업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래테크놀로지를 합병하며 광고 시장에도 진출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봤다. 미래테크놀로지 자회사로 광고 대행업을 영위하는 '와이드버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와이드버즈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실시간 입찰(RTB) 매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RTB는 광고주가 광고면에 입찰을 진행하고,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곳이 해당 공간에 광고를 거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빠르게 피드백을 수용해 광고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 5월에는 대학교와 병원에 증명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존'을 흡수합병했다. 디지털존은 해당 사업 내 점유율 1위 사업자다. 국내외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캐시카우'를 확보한 효과를 누렸다.

이종사업인 블록체인으로도 눈을 돌렸다. 2022년 9월 블록체인 기술기업 '페어스퀘어랩'에 103억원을 투자해 지분 20.05%(120만149주)를 확보했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커스터디), 디에이그라운드(코인투자 서비스) 등에는 각각 5억원, 20억원을 투자했다.


효과는 3년만에 드러났다. 2021년 연결 기준 매출 589억원 중 인증서의 비중은 70%(412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46.9%였다. 인증 사업 매출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건 한국정보인증 창립 이래 처음이다. 기타부대사업수익 비중은 97억원(16.4%)에서 259억원(28.1%)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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