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 한국정보인증, 우여곡절 이겨낸 '생존 DNA 입증'①민관 투자자 모여 출범, 경쟁 시장 변화 속 '우위 유지'
최현서 기자공개 2024-12-17 13:39:39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기 자신과 문서의 진위를 밝힐 수단은 많다. 국가에서 부여하는 주민등록번호, 기관의 각종 인감이 그 역할을 해준다.하지만 19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다. 온라인상에서 주민등록번호나 도장 역할을 하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태동하며 인터넷으로 돈을 주고 받자 '온라인 감별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렇게 한국정보인증이 탄생했다. 민·관이 의기투합했다. 사업 초기 불리했던 활동 분야부터 공인인증서 폐지에 이르기까지의 위험을 잘 극복했다. 꾸준한 투자와 '유비무환'의 태도로 국내 인증시장의 핵심 사업자로 떠올랐다.
◇정부·기업 컨소시엄 탄생, 사업 초 리스크 직면
한국정보인증은 1999년 법률에 의해 탄생했다. 그해 7월 1일 정부는 '전자서명법', '전자거래기본법'을 시행했다. 두 법률은 '정부가 지정한 공인인증기관'이 전자서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공인인증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곳은 기술·재정·시설 등을 갖춘 법인이나 국가 기관, 지방자치단체였다.
처음부터 당국이 법을 제정할 정도로 온라인 인증에 의욕적으로 나선 건 아니었다. 1990년대 초부터 대학 등 연구 기관에서나 쓰이던 인터넷이 조금씩 보편화되기 시작했지만 일반 대중들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검은색 화면에 명령어로 찬 프롬프트를 입력해야 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다. 접속 비용도 비쌌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인증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1998년 456억원에서 1999년 1000억원대로 커졌다. 송·수금자의 진위 여부, 계약서 위조 판별 등 진짜와 가짜를 가려야 할 일도 함께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삼성SDS, SKT, 다우기술 등 민간 기업,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같은 공공기관 등 10개 투자자가 모여 한국정보인증을 출범했다. 초기 자본금은 200억원이었다. 지분율은 각각 10%씩(40만주)이었다. 이후 12개 법인이 더 모여 출자했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건 2000년 2월이다.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정보인증을 비금융분야 공인인증기관으로 지정했다. 국내 1호 공인인증기관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금융업은 '한국증권전산(현 코스콤)', 금융결제원 등이 담당하기로 했다.
시장은 한국정보인증이 정부 주도로 갖춰진 한정된 사업자, 유망한 인터넷 시장 등의 환경 속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출발선이 '비금융분야'였다는 점이 어려움의 배경이었다.
한국증권전산, 금융결제원은 당시 공인인증서의 활용도가 높은 분야와 밀접한 시장에서 활동했다. 인터넷 뱅킹과 온라인 주식거래가 대표적이다. 은행사와 증권사가 고객들의 공인인증서를 발급해주는 '등록대행기관(RA)' 역할을 해줬다. 그로 인해 두 법인은 공인인증서 발급 수수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정보인증은 마땅한 공급처가 없었다. 주주인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의 도움으로 전국 우체국을 RA로 확보하며 위기를 벗어난 것에 그쳤다. 금융기관보다는 공인인증서의 필요성이 낮아 수수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투자와 맞물린 공인인증서의 보편화로 2005년 처음으로 결실을 맺었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해 매출은 141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이다. 순이익은 16억원이다. 5년간 이어졌던 순손실 기록도 끊었다. 이후 한국정보인증은 공인인증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됐다.
◇'공인인증서 폐기' 리스크, 5년 전부터 대비
한국정보인증은 범용·법인용 인증서 시장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다. 그런 만큼 공인인증서의 존폐 위기는 리스크로 여겨졌다.
2010년대 공인인증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된 게 시초다. 결국 2014년 정부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공인증서 의무 사용 조항을 삭제했다. 금융, 비금융부문으로 나눴던 초기 사업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공인인증사업을 하던 때였다. 특히 한국정보인증이 상장을 준비하던 2013년 한국거래소로부터 법률 구체화 이후 상장 심사를 재추진하라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2020년에는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됐다. 공인인증서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건 아니다. 전자서명법 내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조항'이 삭제됐다는 뜻이다. 한국정보인증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인증 수단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공인인증서가 '공동인증서'로 이름이 바뀐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한국정보인증은 리스크를 미리 대비했다. 주목한 부문은 생체 인증이다. 2015년 4월 삼성 SDS와 FIDO(Fast IDentity Online) 기반의 지문인증 공동 사업을 위한 SW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FIDO는 지문이나 홍채, 얼굴, 정맥 등 이용자 생체나 행위 정보를 이용하는 방식의 인증 기술 표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정보인증은 2015년 8월 삼성페이에 지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6월부터는 LG페이(올 8월 서비스 종료)에 지문 인증 방식을 도입했다. 2021년 7월에는 SKT와 PASS 인증서 발급 시스템 구축에 관한 공동 협력을 맺기도 했다.
리스크 대비는 실적으로 돌아왔다. 2021년 연결 기준 매출 589억원, 영업이익 117억원에서 2022년 매출 878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정보인증의 광고 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 '와이드버즈'의 순이익이 2022년 22억원에서 지난해 9억7900만원으로 줄며 지난해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줄었지만 매출은 역대 최고인 922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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