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7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은 삼성 '전자'와 삼성 '후자'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는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실적으로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톱티어로 끌어올렸고 그 후광을 입은 계열사가 워낙 많다. 요즘 말로 '하드캐리'한 삼성전자에 가려진 다른 계열은 그 밖의 하나라는 소외감이 들 수 있다.하지만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유독 두각을 드러내는 후자 계열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삼성증권이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9949억원)이 그룹 내 최선두권에 올랐다. 삼성SDI, 삼성E&A, 삼성카드 등을 줄줄이 제친 성적이다. 그룹 내에서 작다면 작았던 이 금융 계열의 약진은 삼성전자를 향한 우려감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진과 달리 삼성증권이 활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룹 내 맏형과 비교되는 것 자체에 손사래를 치겠으나 관전자로서 진단한다면 짚이는 구석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혹독한 생존 경쟁에 내몰린 후자였던 게 남다른 저력을 기른 배경으로 여겨진다.
초고액자산가(VVIP) 센터의 시작을 알린 SNI는 여전히 압도적 경쟁력을 고수하고 있다. 경쟁 센터는 애당초 삼성증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말한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나 주요 협력사 오너 등이 SNI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이들 고객이 삼성전자와 유관한 인사라는 게 막중한 부담이다.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 절박함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IB 비즈니스는 삼성그룹 후광이 아니라 오히려 그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는 국내 핵심 산업 곳곳에 포진해있다. 그만큼 자본시장 딜을 쏟아내는 LG그룹, SK그룹 등의 주요 그룹사와 사업 영역이 겹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등 핵심 딜을 라이벌 계열에 맡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커버리지 파트에서는 회사채를 찍는 업계 루틴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조의 먹거리를 찾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IPO 부서는 대기업보다 빅테크 스타트업을 공략해온 결과 빅딜 주관 자리를 휩쓸고 있다. 이렇게 다져진 경쟁력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침과 무관한 견고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전반에 타격을 준 사태급 이벤트에 삼성증권이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것도 눈에 띈다. 하우스의 리스크 조직은 경쟁사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혹시라도 증권업 비즈니스로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평판에 누를 끼치는 건 치명적 사안인 탓이다. 법적 흠결 여부는 물론 도덕적 비난의 가능성까지 헤아려야 한다.
삼성증권의 여러 인사와 만날 때마다 전달받는 건 뼛속까지 증권맨이라는 느낌이다. 삼성 간판을 내건 다른 계열사에서 은연히 삼성맨이라는 분위기를 느끼는 것과 사뭇 다르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해리티지에 기댈 수 없는 건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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