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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혼다' 합병, 친환경차 '패권전쟁' 불붙는다 친환경차로 성장 현대차, 글로벌 4위로 밀려...'닛산-혼다' 출범시 판매 간섭 불가피

고설봉 기자공개 2024-12-23 07:51:59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13: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계 닛산과 혼다가 전격 합병을 검토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양사 통합시 판매량 기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4위로 밀려나게 된다. 단순 판매량을 넘어 양사가 시너지를 창출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는다면 현대차그룹에 직접 위협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에 집중한 닛산과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혼다가 기술 교류 및 협력을 통해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한다면 큰 위협이 될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의 기술 우위가 있었다.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닛산과 혼다가 추격해 온다면 현대차그룹의 성장전략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기업결합(M&A)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닛산 산하에 편입된 미쓰비시자동차까지 3대 브랜드 통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 2, 3위 기업인 두 회사는 최근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혼다는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비야디)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아졌다. 닛산은 신차 개발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며 판매 부진을 겪었다.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지 못한 게 컸다.

두 회사는 여전히 글로벌 주요 브랜드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혼다 398만대, 닛산 337만대, 미쓰비시 78만대 등 총 813만대를 판매했다. 730만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글로벌 3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위 도요타는 1123만대, 2위 폭스바겐은 923만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도 양사 통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완성차 시장 지각변동이 이뤄지면 그만큼 생산과 판매 등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라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닛산-혼다 연합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 양사 판매량을 합산할 때 현대차그룹보다 더 많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글로벌 판매량 순위가 현대차그룹의 경영전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닛산과 혼다 연합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연합 자체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해석과 오히려 두 브랜드 모두 퇴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과거 닛산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르노와 연합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결말을 맞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닛산과 르노 연합이 별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며 “닛산과 혼다의 시장이 서로 겹치는 부분도 많은데 이 시장에서 협력한다고 할 때 더 많이 팔기보다 오히려 같은 브랜드로 인식돼 판매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 전망의 바탕에는 양사간 주력하고 있는 미래차 분야가 다르다는 점이 부각된다. 닛산은 현재까지 전기차에 주력해 기술개발 및 신차 출시를 추진해왔다. 반면 혼다는 내연기관 기반 하이브리드에 집중했다. 상호 기술 이전과 협력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합친다는 사실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냐는게 문제”라며 “닛산과 혼다가 서로 어렵기 때문에 생존법을 찾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것인데, 각자 잘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시너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두 회사 통합이 현대차그룹에 직접 위협이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양사가 통합하는 배경에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자동차 업계 대변혁이 있다. 미국 테슬라나 중국 BYD 등 전기차를 앞세운 신흥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와중에 살아남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기관 브랜드 대비 앞선 전기차 기술력으로 테슬라를 빠르게 쫓아갔다. 이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등 시장 변화에 즉각대응하며 판매량을 늘렸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에 오른 원동력은 친환경차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734만1022대를 판매했다. 이중 18.55%인 136만1476대를 친환경차로 판매했다. 2022년 대비 완성차 총 판매량은 8.11% 증가할 때 친환경차 판매량은 33.33%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향후 현대차그룹의 성장 전략도 친환경차 중심으로 설계됐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 글로벌 판매량 555만대를 목표로 잡고 이중 전기차 200만대 판매를 목표했다. 하이브리드는 2028년 133만대 판매가 목표다. 기아는 2030년 430만대를 판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248만2000대를 판매 해 비중을 58%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리드는 2028년 80만대 판매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닛산과 혼다의 연합이 탄생해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략을 그대로 추진하다면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 경쟁자가 더 늘어나는 만큼 판매량에 간섭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닛산-혼다 연합이 모두 미국을 포함해 북미지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닛산과 혼다 합병회사가 선보일 제품의 가격 정책 등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라인업과 판매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합병이 최종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닛산과의 협업을 부인하지도 시인하지도 않았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 얘기하자면 (경영 통합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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