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크립토 생크션 리스크]중국, 홍콩 통해 글로벌 '가상자산 패권' 재도전강력 규제에 잃어버린 경쟁력…되찾기 위해 홍콩부터 점진적 개방
노윤주 기자공개 2025-01-06 13:04:33
[편집자주]
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쟁이 거세다. 이미 전통금융에서 맞붙은 이들의 다음 결전지는 가상자산이다. 홍콩이 중국 본토 리스크로 흔들리는 사이 싱가포르가 상당 규모의 가상자산 자본을 흡수했다. 이후 무분별한 진입으로 자금세탁 리스크가 불거지자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홍콩은 뒤늦게 크립토 시장에 문호를 개방하며 역전을 노리는 중이다. 중국 본토의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가상자산을 대하는 아시아 금융 허브의 역동적인 규제 변화 상황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1일 12: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 시장 초기 중국은 업계를 이끄는 강국이었다. 비트코인 채굴장, 채굴기 제조사, 거래소 등 굵직한 기업과 창업자가 다수 탄생했다. 3대 가상자산거래소라 불렸던 바이낸스, 후오비, 오케이엑스 모두 중국계 창업자 손에서 만들어졌다.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와 같은 중국인 유명 인사가 업계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지기도 했었다.하지만 자금세탁방지를 이유로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가상자산 규제를 시행하면서 기업과 자본은 빠르게 중국을 이탈했다. 달러와 통화 패권 싸움을 하고 싶었던 중국 입장에서는 규제 부작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홍콩을 통한 가상자산 기업 재유치를 꾀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면 차단에 '탈중국' 이어져
중국은 2017년 전까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국가다. 영향력 있는 기업 대다수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 비중이 전체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입지가 압도적이었다.
채굴기 제조사 비트메인은 연간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업계를 주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직접 중국 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전 세계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계속해서 패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중국 정부는 2017년 ICO 전면 금지를 시작으로 규제 고삐를 강하게 죄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내에서만 수많은 ICO 프로젝트가 탄생하면서 비트코인을 자국으로 유입시키고 있었다. 비트코인의 용처가 ICO 참여 수단으로 인식되던 시기다. 이에 중국의 규제 직후 비트코인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현상도 발생했었다.
2018년에는 가상자산거래소 접속 차단이라는 강수를 뒀다. 중국계 거래소들은 해외로 본사를 이전했다. 후오비와 오케이엑스 등 일부 거래소는 중국 본토에 기술기업 형태로 법인을 유지하고 거래소 운영 법인은 조세회피처로 옮겨뒀다.
빠르게 완전한 '탈중국'을 선택한 거래소도 있다. 바이낸스가 대표적이다. 법인을 해외로 옮겼는데 아직도 본사 소재지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법인이 조세회피처에 있어 두바이, 프랑스 등 신뢰도가 높은 국가로 본사 이전을 완료한 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금융의 가상자산 참여 독려하는 홍콩의 새 전략
2021년 중국은 자금세탁과 자본유출,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대신 정부가 통제 가능한 중앙은행발행 디지털자산(CBDC) 개발과 실험에 집중했다.
결국 기술회사 형태로 남아 있던 주요 블록체인 기업들도 본토 법인을 폐업시키는 데 이르렀다. 우회 경로가 있긴 하지만 중국 내 개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불가능했다. 더 이상 법인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채굴 기업도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으로 이전했다.
강력한 규제로 미국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이 성장하는 데 비해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가상자산 없는 블록체인 기술 육성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에 홍콩 가상자산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금융 중심인 홍콩에서 가상자산을 제도화하고 다시금 가상자산 업계 자본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홍콩은 본토 리스크로 아시아 금융 허브를 싱가포르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재기를 노리기에 가상자산이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이기도 했다.
홍콩은 2023년부터 가상자산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우선 홍콩 증권선물위원회가 가상자산거래소 라이선스 발급과 규제 감독을 담당하면서 제도권 편입을 준비시켰다.
여기에 전통금융권의 참여도 독려했다. 스탠다드차타드 계열사인 목스뱅크가 홍콩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를 출시해 상장시켰다. 싱가포르계 DBS은행도 홍콩에서 가상자산 옵션거래를 지원 중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홍콩 라이선스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서는 홍콩의 이런 규제 완화 행보가 아시아 가상자산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과거 바이낸스, 오케이엑스 등 중국계 거래소들이 단기간 급성장을 보여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가상자산을 금지하면서도 물밑에서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며 "전면 금지로는 도태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홍콩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 재활성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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