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워치]지분매입 택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 뜻밖의 '절세효과'5년의 기다림… 증여 당시보다 프리미엄 얹는 지금 더 저렴하게 지분 확보
최은수 기자공개 2025-01-17 08:03:56
[편집자주]
소유 구조와 이사회로 대변되는 지배구조는 기업 정체성을 보여준다. 국내 재계는 창업 세대를 거쳐 3세, 4세로 경영 승계가 이어지며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유망 산업에서 새로운 오너십이 탄생하기도 한다. 소유 분산 기업들도 각자 지배구조를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theBoard는 주요 기업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07시3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을 증여가 아닌 '사재'를 들여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정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나 광주신세계, 삼성전자 지분 등 활용해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있는 것도 맞지만 '의외의 절세효과'를 얻은 것도 한몫한다.결과적으로 5년을 더 기다린 정 회장은 이 총괄회장 지분을 처음 수증할 때보다 싼 가격에 더 많이 확보하게 됐다. 앞서 증여 후 이마트의 주가가 줄곧 내림세를 보인 결과다. 재벌가 일원인 정 회장이지만 이마트의 주가가 보합만 유지했어도 쉽사리 이 총괄회장의 지분 매입을 결단키 어려웠으나 공교롭게 상황이 잘 풀렸다.
◇정용진 회장, 2020년 이마트 지분 1% '233억' 올해는 '215억'에 확보
정 회장과 이 총괄회장의 지분거래 즉 승계의 시작은 2020년 9월부터다. 당시 정 회장은 이 총괄회장이 보유했던 이마트 지분 가운데 8.22%(229만2512주)를 증여 받았었다. 당시 증여된 주식은 시가에 따라 약 3200억원으로 책정됐고 증여세는 총 1917억원이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정 회장과 이 총괄회장이 모자 관계이므로 증여세 과세 기준 최고세율(50%)이 적용됐다. 여기에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 대주주 요건을 갖추고 있던 점도 세금에 영향을 줬다. 최종적으론 대주주가 주식을 증여한 데 따른 가산세가 또 다시 붙었고 앞서 최고세율에서 10%포인트가 늘어난 60%으로 결정됐다.
정 회장은 올해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주식 278만7582주(지분 10%)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수한다. 매입가는 9일 종가(6만4000원)에 20%를 더한 7만6800원으로 책정됐다. 총거래금액은 약 2140억8629만원이다.

금액만 놓고 보면 정 회장의 이번 매입 결정이 추가 비용을 감내하고 내린 용단이다. 그러나 약 5년 간 이마트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정 회장이 1%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들인 금액을 놓고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2020년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총 229만2512주를 증여받을 당시 증여세까지 포함하면 이마트 지분 1%를 확보하기 위해 약 233억2116만원을 들였다.
그러나 이번 지분 매입의 경우 프리미엄을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1%의 지분을 늘리는데 쓴 금액을 환산하면 214억8629억원으로 산출된다. 5년 사이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했을 때 정 회장이 매입을 택했음에도 수증을 통해 1% 지분 확보에 쓴 금액보다 10% 이상, 즉 1% 당 약 20억원씩 부담이 줄어들었단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매입 과정서 '책임경영' 강조, 의외의 절세효과도 고려한 복안
정 회장은 이 총괄회장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 등의 레버리지를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주가 부진이 결과적으로 지분 승계 과정에서 일종의 절세 효과를 얻긴 했지만 그럼에도 책임경영을 잊지는 않겠다는 대외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 회장이 약 2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나면 이후의 이자비용 역시 상당하다. 그러나 애초에 정 회장의 △이마트 △광주신세계 △삼성전자 등의 보유지분 가치가 1조원을 상회하는 만큼 이자를 충분히 감내할 여건은 된다.
다만 이마트의 주가가 내리지 않았다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진다. 만일 5년 전과 지금 이마트의 주가가 같을 경우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잔여지분 10%를 증여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세금만 약 2367억원이다. 이마트의 주가가 5년 전보다 오히려 상승했을 경우 정 회장의 증여세 부담은 이보다 더 커졌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이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매입하는 결단 역시 그간 이마트의 주가 부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침 정 회장이 증여세를 감당하기 위한 5년 연부연납이 올해 일몰된다. 그간 약 2000억원의 세금을 5년 단위로 나눠 납부하던 정 회장은 올해 완납을 마치고 나면 유동성에 한층 여력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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