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매물 분석]ABL생명, 자본적정성 악화·포트폴리오 전환 정체 '이중고'잇따른 자본확충에도 킥스비율 관리 난항…보장성 보험료 축소에 신계약 CSM도 감소
강용규 기자공개 2025-02-25 10:50:40
[편집자주]
지난해 M&A 시장에 다수의 보험사 매물들이 나왔지만 단 한 곳도 거래가 종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곳도 있지만 후보자가 있음에도 다양한 이유로 절차가 멈춰버린 곳들도 있다. 보험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 중인데다 새로운 회계 가이드라인의 반영으로 매물 보험사들의 가치는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다. 보험사 매물들의 현황과 강점, 약점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1일 13시0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정기검사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동양생명 대비 기초체력이 약한 ABL생명에서 매각 지연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ABL생명의 자본적정성은 당국의 권고 수준을 밑돌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관리 과제를 풀어가고 있지만 점차 한계가 다가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적으로 추진해 온 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도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자산규모 대비 낮은 가치평가, 이유는
ABL생명은 중국 다자보험 산하의 국내 보험사로 같은 다자보험 소속의 동양생명과 함께 우리금융그룹으로의 편입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우리금융지주는 다자보험과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3억원에 패키지로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6개월이 지나도록 거래는 종결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올 2월 중 도출될 우리금융그룹의 경영실태평가 정기검사 결과를 지켜본 뒤 사안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현재 2등급이다. 만약 이번 검사에서 등급이 낮아진다면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
ABL생명은 1954년 설립된 제일생명이 모태로 1946년 설립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다음으로 역사가 긴 국내 생명보험사다. 한때 삼성·교보·대한에 이은 국내 4위 생보사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계기로 독일 알리안츠, 중국 안방보험, 다자보험으로 주인이 연달아 바뀌는 혼란기를 겪으며 위상이 점차 낮아졌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의 별도기준 자산총계는 33조9247억원, ABL생명은 18조4126억원이다. 단순 규모로만 따지면 ABL생명은 동양생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우리금융과 다자보험의 계약에서 양사의 가치는 지분 100%를 기준으로 ABL생명이 동양생명의 17%에 불과한 수준으로 매겨졌다.
이는 ABL생명이 자본적정성과 이익의 지속성 측면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자본적정성의 경우 우리금융이 ABL생명을 인수한 뒤 추가 자금지원에 나서게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며 이익의 지속성은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을 기반으로 보험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갈수록 커지는 자본성 증권 부담...보장성 비중확대 전략도 '제동'
ABL생명은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이 152.5%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33.5%p(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킥스제도상 일부 위험을 완화하는 경과조치를 적용한 이후의 수치이며 경과조치를 제거하면 ABL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킥스비율은 113.1%까지 낮아진다.
킥스비율에 대한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은 150%다. 이 지표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경영개선을 위한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검토대상이 된다. 이에 ABL생명은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그 해 12월 다시 1000억원 규모로 재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심지어 12월의 발행 직후 최대 2000억원 규모의 발행계획을 추가로 공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ABL생명의 자본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매각이 성사된 뒤 대규모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의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되는 자본성 증권 발행은 결국 이자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익 창출능력은 나쁘지 않다. ABL생명은 2024년 1~3분기 누적 순이익 677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73.5% 급증했다. 보험부문의 미래 기대이익 지표인 CSM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69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5% 증가했다.
다만 ABL생명은 CSM의 상각을 통해 꾸준히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보험부문보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투자부문의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ABL생명은 보험손익이 273억원, 투자손익이 69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실적의 단기적 개선을 기대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 안정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ABL생명은 과거 알리안츠그룹 시절 본사 방침에 따라 저축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그런데 저축성보험은 현행 IFRS17 회계기준상 CSM 축적 효율이 매우 낮다. ABL생명의 보험손익이 투자손익 대비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ABL생명은 저축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CSM 축적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만 지난해 들어서는 포트폴리오 전환 노력도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 2024년 1~3분 누적 기준으로 ABL생명은 일반계정 수입보험료 1조7282억원 중 보장성보험의 수입보험료 비중이 47.1%를 차지해 전년 동기보다 8.1%p 낮아졌다. 이에 같은 기간 신계약 CSM도 2854억원에서 1938억원으로 32.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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