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제국의 역습]중국 국가대표 발돋움, '화웨이 때린' 트럼프 타깃 되나④시진핑 전면전 예고, 당분간 '레드 테크' 기세 이어질 전망
김도현 기자공개 2025-02-24 09:48:12
[편집자주]
'대륙의 실수' 샤오미에 붙었던 애칭이다. 보조배터리 등 가성비 제품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성능도 나쁘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존재감이 그만큼 커졌다.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우던 샤오미가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미 유럽,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상위권에 포진하며 명실상부 중국 대표 테크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법인을 설립하면서 우리나라 침공을 본격화했다. 샤오미의 한국 성장 전략과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1일 15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 전 샤오미는 잊어야 한다. 미국 공세가 강해질수록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커지는 '제재의 역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최근 만난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테크업계의 약진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만큼 위협적인 '레드 테크'의 성장세다.
앞서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주춤했으나 결국 반등을 이뤄냈다. 이는 중국 기술 산업의 체력이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샤오미의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미국 제재 가능성, 자체 우회로 발굴 집중
미국의 본격적인 중국 견제는 트럼프 1기 행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강한 미국'을 내세우면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삼성전자, 애플 등과 스마트폰 빅3로 자리 잡은 화웨이가 대표적인 타깃이었다. 또 다른 주력인 통신장비가 국제무대에서 배제되고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공급망이 틀어막히자 화웨이는 힘을 잃어갔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이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다만 희생양이던 화웨이를 제외한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은 눈부신 성장세를 유지했다. 방대한 내수 시장에 힘입어 몸집을 키웠고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 공략에 성공하면서다.
이중 샤오미는 스마트폰에서 그치지 않고 TV, 생활가전, 전기차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IT 분야 중국 국가대표로 거듭났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샤오미가 새로운 타깃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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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미래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으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분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샤오미가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렸겠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중국의 실력이 대폭 늘었고 수년간 구축해온 공급망, 네트워크 등이 기반이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샤오미는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OS)을 사용 중이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외산 부품 비중이 적지 않아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샤오미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건 중국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올라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와중에 절치부심한 화웨이는 자국 반도체 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부활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연매출이 170조원을 돌파하면서 전년(150조원 내외)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중국이 미국 제재를 뚫어낼 수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샤오미, 화웨이, 텐센트, 유니트리, 딥시크 등 자국 빅테크 경영진을 불러모았다. 해당 좌담회에서 시 주석은 민영기업의 노고를 치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진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도 참석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에서 미국과의 '테크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AP 내재화 착수, 자국 생태계 확장 '중심축'
샤오미의 눈에 띄는 행보는 직접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나선 부분이다. 그간 샤오미는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의 AP를 써왔다. 2021년을 기점으로 반도체 설계(팹리스) 자회사를 설립하고 AP 내재화를 준비해왔다.
화웨이가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AP '기린' 시리즈를 만든 것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하이실리콘은 미국 외압으로 대만 TSMC와의 거래가 끊기면서 고사 직전까지 갔다가 중국 SMIC와 손잡고 정상화했다. SMIC 역시 미국의 압력으로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 활용이 제한적이나 EUV 없이도 7나노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샤오미는 이르면 올해 3나노 기반 AP를 출시할 전망이다. 아직 미국 제재 명단에 들지 않아 TSMC와 협업이 가능하다. 미국이 이를 막는다면 화웨이처럼 자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샤오미가 화웨이처럼 중국 IT 생태계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샤오미가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협력사들이 공생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구조다. 한국이 삼성전자, 대만이 TSMC 위주로 관련 산업이 확장한 것과 비슷한 그림이다.
추후 'AI폰' 경쟁에서도 딥시크 등 자국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샤오미 자체적으로도 AI 개발이 한창이다. 미국의 칼끝이 샤오미를 향하더라도 과거 화웨이처럼 힘없이 쓰러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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