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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교량 공사 사고…재무 영향은 재시공 범위 설정 관건…중대재해처벌법 적용·수주중단 가능성 상존

정지원 기자공개 2025-03-04 07:41:47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16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공사 사고가 현대엔지니어링에 미칠 재무적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주택공사와 달리 토목공사는 보상 범위가 제한적인 데다 공정의 분절성으로 인해 전면 재시공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시공 구역은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나올 예정이다.

업계에선 보상 및 재시공 비용보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나 영업정지 등으로 인한 수주 중단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신인도 하락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출처=더벨)

◇도급금액 2053억, 공사길이 4.1km…사고교량 265m 불과

28일 오전 현대엔지니어링은 종로구 계동 본사에서 언론 대상 브리핑을 열었다. 최근 발생한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피해자 및 유가족 지원 약속, 사고 수습 계획 등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주우정 대표를 비롯해 박상준 건축사업본부장, 김정배 안전품질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경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일대 교량 건설현장에서 일부 구간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가 낙하하면서 재해자가 발생했다. 인부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안성간 건설공사(9공구)'에서 발생한 사고다. 발주처는 한국도로공사다. 9공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대표 계약을 맺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분 57.2%를 갖고 있다. 호반산업(34.4%)과 범양건영(8.4%)이 나머지 공사 지분을 나눴다. 하청사는 장헌산업과 강산개발로 10명의 사상자 모두 하청사 협력업체 소속이다.

전체 도급금액은 2053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은 1175억원이다. 공사는 2019년 12월에 시작해 내년 12월에 끝날 예정이었다. 사고 전날인 지난 24일 기준 공정률은 61.7%로 나타났다.

9공구의 전체 길이는 4.1km다. 총 1.1km 길이의 교량 9개소와, 총 3km 길이의 터널 3개소가 건설되고 있었다. 사고는 교량 9개소 중 1개소인 청용천교에서 발생했다. 청용천교의 포천방향 길이는 265m, 세종방향 길이는 275m다. 사고는 포천방향에서 발생했다.

◇토목공사, 보상 '제한적'…수분양자 지체보상금 등 미발생

건설업계는 이번 사고로 인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적 타격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2022년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학동·화정 붕괴 사고가, 2023년에는 GS건설의 검단아파트 붕괴 사고가 있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 사고에 대해 전면 재시공 결정을 내렸고 3700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다. GS건설 역시 마찬가지로 전면 재시공에 약 5500억원 비용을 투입했다.

손실 예상금액은 현재 시점에서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에선 전반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도급금액 1175억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액의 0.8%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붕괴 사고가 1개소 교량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일부 재시공에 따른 추가 비용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4.1km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한 청용천교의 길이는 270m 안팎이다. 6.6%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도급금액을 반영하면 해당 교량 공사비는 78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물론 재시공의 범위는 추후 결정을 기다려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9공구 전체 재시공 가능성은 공정의 분절성을 고려했을 때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상 규모 역시 주거용 건축물 대비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선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의 사고는 주택 현장에서 발생했다.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뿐만 아니라 공기 지연으로 인한 수분양자 지체보상금, 지연이자비용 등까지 포함해 수천억원대 비용이 발생했다.

반면 이번 사고에선 다리 기둥 철거비용과 거더 추가 시공비 외 공사비는 크게 투입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세종방향 거더는 아직 올리지 않은 상태였다. 이날 박 본부장은 "거더 낙하로 인한 민가 피해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고 인근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청용천교 구간에 대해서만 전면 재시공을 결정할 때 300억원대 비용 반영이 추산된다"고 밝혔다. 단 이 같은 추정치에 대해서 박 본부장은 "재시공 비용은 단언이 어렵다"며 "안전 진단을 통해 재시공 또는 보강 등의 범위가 정해진 뒤 비용을 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에 따른 각종 제재·신인도 하락 리스크

당장 재시공과 보상에 따른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건설산업기본법 등 위반에 따른 리스크가 오히려 클 전망이다. 직접적 제재가 아니더라도 신인도 하락에 따른 타격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안전 기준 미준수, 안전 관리자 미배치 등이 조사 결과에 따라 밝혀지면 건설산업기본법 적용도 받게 된다. 이 경우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최근 인명사고가 발생한 대형 현장 붕괴사고는 영업정지 행정처분이 발생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주 대표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뜻을 먼저 밝혔다. 이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자 지원 및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이나 책임 소재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주 대표는 "사고 조사는 관계 기관에서 진행 중에 있으며 조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면 당사자를 포함해 회사가 책임져야 될 부분은 있는대로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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