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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2조 증자]아쉬웠던 영업현금흐름, 유증 카드 꺼낸 또 다른 배경매입채무 감소 대비 채권 현금화 미미, 1.2조 유출…0.7조 유입된 엔솔과 비교

박기수 기자공개 2025-03-18 08:24:43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15시1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같은 '캐즘' 아래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조달 방식이 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AA급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부채 조달을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SDI는 더 이상 차입금을 늘리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양 사 모두 2023년 대비 작년 수익성이 급감한 것은 똑같지만 극명하게 갈렸던 것이 있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다. 그리고 이 영업현금흐름은 삼성SDI가 증자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달 14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2조원 중 1조5460억원은 해외 배터리 자회사 출자 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4541억원은 시설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 달 LG에너지솔루션은 1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존 계획했던 발행액은 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3조7000억원이 넘는 북빌딩이 쌓이면서 발행액을 2배로 늘렸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 돈으로 국내·외 시설 투자에 나선다.

◇영업익 모두 감소했는데…현금흐름까지 타격받은 삼성SDI

양 사의 손익은 작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캐즘의 여파로 양 사 모두 2023년 대비 작년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삼성SDI는 매출이 11.5% 줄고 영업이익은 77.3%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3년 대비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1%, 73.4%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효과를 제외하면 90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양 사의 재무구조도 비슷한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말 연결 순차입금은 11조4918억원으로 2023년 말 5조8585억원에서 5조6333억원 증가했다. 삼성SDI도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말 순차입금은 9조7545억원으로 2023년 말 3조7243억원 대비 6조302억원 늘어났다. 양 사 모두 자본적지출(CAPEX)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차입은 필수였다.

재무구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부담감도 양 사가 얼추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연결 순차입금비율은 37%, 순차입금의존도는 19%다. 삼성SDI의 순차입금비율은 45%, 순차입금의존도는 24%다. 순차입금비율은 자본총계 대비 순차입금의 액수고 순차입금의존도는 전체 자산 대비 순차입금의 비율을 뜻한다. 삼성SDI가 두 지표 모두 약 5%포인트 높기는 하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양 사가 작년 극명하게 갈렸던 포인트는 영업현금흐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연결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5조1117억원으로 2023년 4조4442억원보다 오히려 15% 늘어났다. 반면 삼성SDI는 2023년 현금흐름으로 2조1035억원을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137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자금 운용에 있어 영업현금흐름이 창출되지 않으면 투자 재원은 사실상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삼성SDI의 경우 작년 6조원이 넘는 CAPEX 집행을 위해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영업현금흐름을 훨씬 초과하는 CAPEX로 차입이 늘어났지만 그 충격을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완화했다. 반면 삼성SDI는 현금흐름이 충격을 완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가중'시키면서 더 이상 외부 차입에 대한 리스크를 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채권 현금화·재고 감축 성공한 LG, 삼성은 효과 미미

현금흐름이 갈린 이유는 운전자본에서다. 작년 LG에너지솔루션은 채권의 현금화와 재고 감소를 운전자본 관리의 최우선 목표로 뒀다. 이 결과 단기 현금으로 7241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여기에 감가비 등 고정비 효과가 현금흐름에 플러스(+) 효과를 주면서 5조원이 넘는 영업현금을 창출했다.

반면 삼성SDI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매입채무 변동으로 2023년 말 이후 1조2975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가장 큰 요소는 매입채무 감소다. 삼성SDI는 작년 1조2000억원이 넘는 매입채무를 결제했다. 한 번에 1조원이 넘는 현금이 '훅' 빠져나간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작년 재고자산 감축으로 매입채무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세부 내역을 보면 삼성SDI와 에코프로비엠이 4:6으로 합작한 양극재 회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상대로 대규모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말 삼성SDI는 에코프로이엠과 거래하며 5985억원의 매입채무를 지고 있었지만 작년 말에는 이 금액이 491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현금 결제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외 모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매입채무량이 2023년 말 312억원에서 작년 말 72억원으로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작년 9000억원이 넘는 매입채무가 감소했다. 작년 캐즘으로 양 사 모두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원자재에 대한 외상 매입이 줄어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외상 매입 없이 기보유한 매입채무를 결제만 하니 현금흐름이 위축된 것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감소한 매입채무량 이상으로 매출채권을 현금화하고 재고자산을 감소시켰다. 반대로 삼성SDI는 작년 말 이후 오히려 매출채권이 2716억원 증가하면서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증자 이후 삼성SDI는 중·단기 현금흐름에 숨통을 틀 수 있을 예정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삼성SDI의 주가는 전일 대비 7% 가량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약 1조원 증발했다.

재계 관계자는 "운전자본 부담으로 인한 영업활동현금흐름 부진으로 잉여현금이 대규모 적자가 나면서 차입이 급속도로 증가했다"라면서 "삼성SDI로서는 차입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필요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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