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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일전기 상장 그후]고객사 편중 리스크에도 '신사업 계획 없다'②변압기 집중, 상반기 내 미 법인 신설…거래처 확대 불확실성 '여전'

유나겸 기자공개 2025-04-11 07:28:14

[편집자주]

산일전기는 지난해 7월 전선업 호황을 타고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43% 급등했고 이후 공모가의 두 배 수준까지 올랐다. 워낙 침체된 IPO 시장 상황이었던 탓에 단연 돋보이는 성과였다. 다만 최근 주가는 하락세다. 글로벌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트럼프 리스크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상장 1주년을 눈 앞에 둔 산일전기의 재무, 사업 현황 및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15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일전기는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력 품목과 소수 고객사에 매출이 편중된 사업적 한계를 안고 있다. 변압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상위 고객사 매출 의존도까지 더해져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일전기가 최근 내세운 미국 법인 설립 전략 역시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현지 서비스 강화는 이미 업계 전반의 관행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다만 사측은 신사업 구상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피어그룹 대비 거래처 편중 '크다'

산일전기 전체 매출의 92%는 변압기에서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3340억원 중 3075억원이 변압기 매출이다. 리액터까지 포함하면 관련 품목 매출은 3263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주력 품목이 명확한 가운데 거래처 의존도 역시 높은 편이다. 지난해 산일전기 매출의 상당 부분이 소수 고객사에 집중됐다. 상위 5개 고객사의 매출 비중만 77%에 달한다.

이 중 A사 비중이 24.5%로 가장 크다. B사(15.1%), C사(13.6%), D사(13.1%), E사(10.3%) 등 모두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변압기 산업이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이다. 제품 수명이 20~30년에 달해 일정 시점마다 교체 수요가 몰리는 구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특성을 지닌다.

최근에는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발주가 급감하는 불황기를 피할 수 없다. 다수 전력 설비 업체들이 호황기에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이유다.

이처럼 수요 사이클에 민감한 산업 특성상 특정 품목과 거래처에 편중된 매출 구조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사이클 국면에서는 대형 고객사를 통한 실적 성장 효과가 있지만 하강기에 접어들 경우 거래처 축소나 납품 단가 하락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동종 업계와 비교해봐도 산일전기의 편중 구조는 두드러진다. 피어그룹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제룡전기는 상위 3개 고객사의 매출 비중이 66% 수준으로 산일전기보다 분산돼 있다. 특히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사는 세 곳뿐이다.

산일전기보다 덩치가 큰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은 주요 고객사 편중이 더욱 적다. LS일렉트릭의 경우 전력 수배전 및 인프라 부문에서 '기타'로 분류되는 고객사 비중이 각각 71.2%, 68.2%에 달한다. 사실상 다수의 고객사를 기반으로 매출을 다변화한 셈이다.

물론 대형 고객사와의 수출 계약은 단건 규모가 크고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단기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매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수요 변화가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 구조상 몇 년치 수주만으로 장기 실적 리스크를 방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형 성장에 가려진 품목·거래처 편중 구조는 업황 하락기 실적 급락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업계에선 산일전기도 경쟁사들처럼 거래처, 품목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향 MS 확대에 '집중'

다만 산일전기는 여전히 거래처나 품목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뚜렷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 계획도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풀이되며 기존 변압기 사업에 집중해 미국 시장 공략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수요 둔화에 대비해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다른 동종 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일례로 일진전기는 변압기와 전선의 이원화 구조를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배터리 신소재 사업까지 진출하며 수익원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산일전기가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전 세계 배전 변압기 시장은 약 40조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이 약 10조원을 차지한다. 산일전기는 현재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아직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객 기반을 확대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영업과 사후서비스(A/S) 센터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제품 전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내 생산 거점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이미 업계 전반에서 보편화된 흐름이다. 일진전기를 비롯한 주요 변압기 업체들은 미주 법인을 통해 A/S, 감리, 영업, 회계 등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변압기 특성상 문제가 발생하면 전력 공급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기는 만큼 현지 법인 설립은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겐 사실상 필수로 여겨진다.

미국 현지 대응력 강화에는 일정 수준의 효과가 있지만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이 자동으로 확대되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관세 정책 등 '트럼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 의존은 오히려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동, 유럽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특정 품목과 시장에 편중되지 않도록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산일전기 관계자는 미래 사업 전략에 대해 묻자 "현재 하고 있는 변압기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미국 법인은 상반기 중 설립할 예정이며 이후 운영 방향은 시장 상황을 보며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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