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2세 시대 개막]한미반도체의 다음 스텝, '넥스트 TC본더' 발굴④곽동신 회장 체제 지속가능성 판가름, 차세대 아이템 대기
김도현 기자공개 2025-04-30 10:44:08
[편집자주]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벤처붐 시기에 토종 신생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당시 정보기술(IT)의 발달, 세계 기술주 시장의 동반상승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본격 확산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협력사가 연이어 설립된 것이다. 이후 20여년 세월이 흐르면서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했다. 1세대 소부장, 팹리스 업체들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행보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열압착(TC)본더로 성공신화를 쓴 한미반도체는 안주할 수 없다. 심상치 않은 경쟁사가 등장했고 TC본더가 언제까지 메인 장비로 활용될지 알 수 없어서다. 실질적인 2년차에 접어든 곽동신 회장 고민의 시발점이다.TC본더의 수명이 닳고 있는 가운데 곽 회장 체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가 필수적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오너 3세로의 전환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아는 곽 회장은 차세대 장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플럭스리스 본더' 연내 양산 예고, 차차기 준비도 현재진행형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올 하반기 플럭스리스 본더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TC본더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코어다이(D램)를 접합할 때 플럭스라는 물질이 사용된다. 플럭스는 D램들을 잇는 마이크로 범프에 부착돼 정렬 및 산화막 제거 역할을 한다.
다만 칩 두께를 줄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세정 이후에도 잔여물이 남아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플럭스를 제외하는 플럭스리스 공법을 추진 중이다. 범프를 없애고 구리와 구리를 직접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가기 전 중간 단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HBM 제조사와 협업하면서 플럭스리스 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개발(R&D)을 이어오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 당초 예상보다 늦게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플럭스리스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플럭스리스 본더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곽 회장 입장에서도 플럭스리스 본더는 기대주다. TC본더의 경우 수요는 여전하나 한화세미텍과 경쟁이 본격화하고 6세대 HBM(HBM4)을 기점으로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이때 플럭스리스 본더를 통해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추후 삼성전자와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과거 삼성전자와 소송전을 벌이는 등 악연으로 현재까지 거래를 트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는 선대회장 때 일이고 곽 회장은 입장이 다르다. 실제로 양사는 TC본더 등을 두고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고 담당자도 대부분 바뀌면서 예전과는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한미반도체와 삼성전자가 손잡기는 어렵겠으나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진지하게 협력에 나설 수 있다"며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와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면서 서로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C본더에서 하이브리드 본더로 세대교체되는 과정에서 양사 협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차세대 반도체 부품으로 꼽히는 유리기판도 접점이다. 한미반도체는 유리기판용 마이크로 쏘&비전플레이스먼트(MSVP)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유리기판 적용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삼성전기 등에 한미반도체가 장비를 납품한 것도 긍정 신호로 읽힌다.
◇미국법인 설립 예고, 공장 증설도 지속
곽 회장은 영토 확장도 노리고 있다. 그동안 한미반도체는 한국 외에 대만, 중국 등 중화권 지역에 특화된 측면이 있었다.
최근에는 HBM을 계기로 북미 반도체 시장 공략이 본격화한 상태다. 박차를 가하기 위해 미국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올 1분기 SK하이닉스 대신 마이크론 비중이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국내보다 해외 고객과 교류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점도 있다.
생산능력(캐파) 확충도 이어간다. 올 하반기 7공장이 준공한다. TC본더 등 생산량을 늘리기 위함이다. 미국법인을 세우는 만큼 추후에는 해외에 제조 시설을 마련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현지 고객 및 트럼프 행정부 정책 대응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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