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시그널: PBR 0.3]'자산 절반이 현금' 태광산업, 오너 부재 여파 컸다작년 말 PBR 0.16배, 구심점 없어 보수적 재무 전략 지속…배당성향도 1% 미만
박기수 기자공개 2025-05-09 08:03:19
[편집자주]
주가는 단기적으론 인기 투표지만 길게 보면 계량기라는 말이 있다. 왜 헐값에도 투자자가 발길을 돌릴까. 시간이 지나면 진짜 무게가 드러난다. 그 괴리를 찾는 과정에 사용되는 지표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는 PBR이 0.3배도 안되면 시장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종목들을 더벨 SR본부가 저울에 올렸다. 저평가인지, 벗어날 수 없는 밸류트랩인지, 시장평가와 본질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재고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08시0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이 수년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주들이 납입한 자본은 4조원 가까이 되지만 시가총액은 1조원을 밑돌고 있다. 오너 리스크로 미래 투자와 주주 환원 등에서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태광산업은 경영 불확실성에 일정 수준 이상의 유휴 현금을 보유하는 보수적인 재무 정책을 이어왔다. 이런 점이 낮은 PBR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작년 말 기준 PBR은 0.16배다. 작년 뿐만 아니라 2020년 0.25배, 2021년 0.28배, 2022년 0.19배, 2023년 0.16배 등 주식 가치가 순자산 가치보다 훨씬 못 미치는 시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작년 말 태광산업의 연결 자본총계(지배주주 귀속분 기준)는 3조9292억원, 시가총액은 약 6759억원이었다.
태광산업의 낮은 PBR의 배경은 자산 구조에서 비롯된다. 태광산업의 작년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7.6%에 불과하다. 전체 자산 4조7223억원 중 85%인 4조156억원이 자본이다. 이중 비지배지분을 제외하면 3조9292억원이 지배기업 주주들이 납입한 자본이다. 부채는 7067억원으로 자본 대비 규모가 작고 이마저도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입채무 등이 대부분이다. 즉 태광산업의 자산의 근본은 대부분 자기자본이다.

자기자본을 근간으로 한 자산을 살펴보면 현금 비중이 상당하다. 작년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되는 항목은 1조4344억원이다. 전체 자산의 30.4%에 해당한다. 통상 제조업 상장사들의 현금 비중이 전체 자산의 1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태광산업의 현금 규모는 자산 대비 상당하다.
여기에 보유 중이던 SK브로드밴드 지분을 내달 매각할 경우 추가적으로 약 80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된다. 전체 자산의 약 절반 수준이 현금으로 메워지는 셈이다. 이외 △티시스 △우리홈쇼핑 △흥국화재해상보험 등 보유한 관계기업들의 장부가액도 작년 말 기준 1조186억원으로 자산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통상적으로 화학 제품 제조 기업들의 자산 구조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공장 등 유형자산이지만 태광산업의 유형자산은 작년 말 기준 4752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10% 수준이다. 대신 영업활동과 관련성이 적은 투자부동산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장부가액이 2258억원이다.
종합하면 5조원에 달하는 태광산업의 자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는 유휴 현금과 계열사 지분, 부동산 등이다. 실제 기업활동에 기여 중인 자산의 비중은 비교적 작다는 의미다. 자산 효율화로 기업활동을 극대화하고 미래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하는 '선순환'과는 거리가 멀다.
배당 등 주주 환원에서도 인색한 모습을 보여왔다. 작년 태광산업의 연결 배당성향은 0.67%에 불과했다. 순손실을 냈던 2023년에는 배당이 없었고, 2022년의 배당성향은 0.43%에 그쳤다. 밸류업 공시를 내는 상장사들이 배당성향을 20~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는 점을 고려하면 태광산업의 배당은 초라한 수준이다.
보유한 현금을 이용해 주주 배당을 실시하거나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등으로 주주 가치를 충분히 제고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유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오너'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법률 리스크가 꼽힌다.
이 회장은 2011년 4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2019년에 징역 3년이 확정돼 2021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규정이 해소됐다. 다만 여전히 경영 일선으로의 복귀는 요원한 상태다.
태광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 중 PBR이 최하위권에 속함에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2022년 말 태광그룹은 10년 동안 제조·금융·서비스 부문에 12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지만 투자의 중심이 될 태광산업에서 이렇다 할 투자활동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PBR이 0.3배 미만인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청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의 'PBR 저평가 기업' 관련 발언은 정책 간담회에서도 나왔던 내용이고, 향후 공약 또는 정책으로 확정되더라도 입법과정 등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많은 토론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 "태광산업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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