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09월 24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주 미국 정부가 총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1929년 미 대공황 이후 최대의 시장개입으로, 이로 인해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
주요 해외투자은행들의 부도와 매각 소식에 환율 폭등을 경험했던 외환시장전문가들은 뉴욕發 훈풍에 시장참가자들의 달러 매수 심리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하락을 반영하며 급락 출발했지만 결국에는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참가자들은 다소 당황해 하는 눈치였다.
지난 주 누적되었던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역송금 달러 수요가 원화 약세(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 외에도 다른 무엇인가가 시장참가자들의 달러 매수 심리를 받쳐줬다.
그것은 바로 키코(KIKO)
외환시장참가자들은 지난 17일 태산엘시디가 통화옵션(KIKO와 PIVOT) 손실로 부도에 이르는 등 옵션 상품 투자 손실에 따른 부도가 현실화되면서 환율에 하방경직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화옵션 상품 계약 청산하려면 달러 매수
키코나 피봇 등 통화옵션 상품으로 인한 평가손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달러 매수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즉 옵션이 달러를 매수하는 조건이어서 옵션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든 은행이든 실제로 달러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업체가 추가 손실을 우려해 계약한 옵션 상품을 청산하려면 업체가 달러를 사야 하는 것이고 업체가 파산해 옵션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면 그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신용리스크로 전환되기 때문에 은행이 달러를 매수해서 평가손을 실현손으로 확정해야 한다.
이번 태산엘시디의 경우에서는 피봇상품을 판매한 하나은행이 13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되자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매수해 옵션 계약을 이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옵션상품으로 인한 추가 부도 가능성도 심리적 상승 요인
실제 태산엘시디의 부도로 달러 매수 수요가 나타났지만 통화상품으로 인한 추가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율은 결국 상승할 수밖에 없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고객의 부도로 부실을 떠안든 은행이든 손실을 감수하고 포지션을 청산하는 기업이든 달러 수요가 일어나기 때문에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주체들은 달러를 팔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난 주 키코로 인한 파산을 목격하자 다급해진 일부 기업들이 달러를 매수하면서 옵션 포지션을 청산했다"며 "이 과정에서 약 3억달러 규모의 달러 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키코 등 파생상품 손실에 대한 위험이 확산되는 등 환율 상승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시장참가자들이 달러를 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코나 스노우볼, 피폿 등의 통화옵션상품들은 환율이 하락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구제금융지원이나 달러 유동성 공급 소식 등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지금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이런 통화옵션 존재 자체가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하며 웬만한 호재를 압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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