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큰 손' 조선업체, 달러 팔고 싶어도 못 판다 은행 외화 부족+기존 선물환 매도 평가손 확대

이승우 기자공개 2008-09-30 16:31:51

이 기사는 2008년 09월 30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외환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조선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선박 수주와 함께 선물환 매도로 환율변동위험방지(환헤지)를 해야 하지만 선물환매도를 받아주는 은행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환 매도는 미래에 들어올 달러를 미리 파는 것으로 은행들이 이를 받아주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 외화가 있어야 하는데 은행권의 외화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환율이 크게 올라 지난 몇년간 미리 팔았던 선물환 매도 헤지분에 대한 평가 손실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 추가적인 선물환 거래가 제약되고 있다.

환율 재폭등의 시나리오가 조선업체들에게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체, "선물환 매도 라인 줄어들고 있다"

30일 은행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재 은행들중 선박을 수주한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를 받지 못하는 은행들이 생겨나고 있다.

외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외화 자산 확대를 막고 있고 기존 선물환 매도분에 대한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거래 한도가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

은행별로 외화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 방법은 각각이지만 대체로 개별 업체별 총액한도, 선물환 만기별 한도, 혹은 자산대비 부채 한도, 헤지한 파생상품의 손익 한도 등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평가손실 확대로 인한 총액 한도가 꽉 차고 있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최대 호황을 누리며 지난 2~3년간 엄청난 양의 선물환 매도 헤지를 해놨는데 올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 부분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 총액한도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은행들이 개별 조선업체 한 곳당 선물환 매도 거래액수와 평가손실을 합해 거래 한도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 은행은 B 조선사와 100억달러의 거래 한도를 둔 경우 기존 80억달러 규모의 선물환 매도 헤지 부분에서 환율 상승으로 20억달러의 평가손실이 나면 100억달러 한도가 모두 소진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A 은행 리스크 관리 규정상 B 업체의 선물환 매도는 추가적으로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C은행의 경우,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에 대한 헤지를 위해 통화옵션(CRS 페이) 거래와 더불어 국내 채권을 매수하는데 최근 채권금리 급등으로 평가손실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추가적인 거래를 제한되고 있다.

C 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가 1bp 움직일 때 선물환 헤지 이후 얼마의 손익이 발생하느냐가 중요한 리스크 관리 방법의 기준"이라면서 "최근 금리 급변동으로 이 리스크가 커지면서 추가적인 선물환 거래는 자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외화 자금 악화가 가장 큰 원인

리스크 관리에 앞서 은행들이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외화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체가 선물환 매도로 달러를 팔면 은행은 이를 받아 선물환 매수를 하게 된다. 물론 현재 받을 수 없는 수 없는 미래에 들어올 달러다. 하지만 은행은 미래에 달러 매수(롱) 포지션이 생기게 되면서 환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현물환 시장에 매도(숏) 포지션을 취하면서 현물환(숏)과 선물환(롱) 포지션을 중립으로 만들게 된다. 반대 포지션을 취하면서 헤지를 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현물환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하기 위해 팔 수 있는 달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현물 달러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해외에서 차입을 해서 부족한 현물을 보충했지만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달러 조달길이 막히면서 어려워진 것이다. 본점 차입을 통해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물환을 적극적으로 받아주던 외국계 국내 지점들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은행권의 사정은 최근 외화자금 시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공모 채권 발행을 통한 장기 외화 조달은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발행 실패에서도 봤듯이 완전히 막힌 상태다. 단기 자금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원화 담보 없이 하루짜리(오버나잇) 외화자금을 빌리는 데 10%의 고금리를 줘야 하고원화를 담보로 외화를 빌리는 스왑시장에서도 외화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1개월 스왑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와 1년 CRS 금리는 폭락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달러를 빌리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환율 추가 폭등'..최악의 시나리오

이같은 상황을 감안, 정부가 현물환 시장과 더불어 외화자금시장에 100억달러에 달하는 외평기금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경우, 환율 상승을 막아주는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더욱 어렵게 돼 환율이 재차 폭등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선물환 매도를 받아주지 못할 경우 환율은 폭등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환율이 오르면 조선업체들은 좋지만 다시 50원 또는 100원 급락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이같은 경우 은행들이 못 받아줘서 못 파는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환율 상승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순탄치 않을 경우 환율 상승압력은 배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