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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기 이제 시작, 하지만 IB의 새로운 기회” 정유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

문병선 기자공개 2008-10-22 16:31:53

이 기사는 2008년 10월 22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립 4개월된 신설증권사로서는 정말 운이 없다. 시작해 보려니 미국 금융 위기가 닥쳤다. 이사하는 날 비가 오면 잘 산다 하는데, 요즘 신설증권사의 분위기는 출범 초와 달리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이다. 누구보다 환경변화에 민감할 신설사 CEO들은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을 터.

먼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의 정유신 사장을 지난 17일 찾았다.

정 사장은 신설증권사 CEO답게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금융시장 급변동의) 피해는 거의 없다. 김치본드, ABS발행 등을 했는데 신설증권사 치고는 괜찮다. 열심히 하고 있고 모멘텀을 만들 것이다. 트레이딩은 안하고 있다. 준비할 게 많고 시간이 걸린다. 시장이 아닌데 서두를 이유가 없다.”

SC그룹내 전세계서 유일한 종합증권사

자본금 3000억원의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은 지난 6월 설립됐다. SC제일은행(100%)이 독점주주다. 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1850년대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자유무역 발달과 함께 은행 분야에서 성장해 온 세계적인 금융그룹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증권사가 없었다.

정 사장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이 그룹 내 첫 종합증권사"라며 "인도에서 소수 지분 참여한 증권사가 있으나, 본격적인 종합증권사는 한국에 설립된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이 유일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SC그룹이 운이 없는 것일까. 150년의 전통을 갖고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SC그룹이 처음 증권사를 설립하자 마자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월가 투자은행들이 몰락하고 있다. 처음 CEO를 맡은 정 사장이나, 처음 증권사를 설립한 SC그룹이나 타이밍으로는 이삿날 비가 오는 셈이다.

하지만 정 사장은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 “오히려 지금 유에스(미국을 지칭)가 망가졌으니 관리감독을 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면 되는 거 아닌가. 미국 월가에 구멍이 나있는데 그 곳을 메울 기회가 생겼다. 글로벌 IB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유에스가 어려울 때 여기에 들어가서 나름대로 마켓 쉐어(점유율)를 차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산업 정책적으로 국가의 성장 동력을 찾는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기회로 보자는 시각이지만 시장에 대한 판단은 냉정하고 차가웠다. “(미국 금융위기는) 1차 스테이지도 안 갔다. 파이낸셜(금융)이 리얼(경제)에 영향을 주는 시작 단계다.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고들 하는데도 부실은 계속 나타난다. 정확성과 믿음의 혼돈이다. (금융생산자부터 최종소비자까지) 프로세스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치유가 힘들어지는 거 아닌가. 상품의 성격, 레버리지, 금융 실무에 영향을 주는 2차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위기는 이제 시작, 정확성과 믿음의 혼돈”

사장실 벽에 걸려 있는 TV에서는 미국의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얼굴이 CNN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수십년간 굵었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긴 마찬가지.

“지금은 시장을 예측하는게 무리다. 시스템이 망가져 있다. 예측을 하려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프라이싱 메커니즘(가격형성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의 시스템이 골간이었는데 이게 흔들리고 있다.”

정 사장은 인터뷰 당일 오후 3시부터 줄줄이 약속이 잡혀 있었다. 인터뷰를 1시30분에 시작했으니 여유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그의 말은 빨랐다. 신설증권사가 어떻게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지 물었다.

우선 자신들의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된다고 했다. “소속 임직원, 자본, 그리고 백그라운드와의 조정이 잘 되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강점인지 잘 분석하고 집중해야 한다. 특히 시장의 환경이 바뀌면 전략도 즉각 바뀔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귀와 눈을 열어놓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 큰 변화가 오고 있다.”

그룹 네트워크, 은행과 시너지 효과 기대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이 주력할 업무는 당분간 채권파생 부문이다. ELS 등 파생상품을 만든 후 은행 지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획득, 대대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정 사장은 “은행 지점과 고객기반을 공유할 수 있다”며 “낮은 비용, 판매망 확충, 은행 고객의 요구 충족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IB 부문은 초기 단계다. 설립 단계고,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하지만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클라이언트 확보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당장 침체된 IPO 시장에서도 그룹쪽 요구가 있을 만큼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마켓에서 틈이 생긴다면 새로운 고객을 잡거나 M&A를 통해 클라이언트를 끌고 온다든지 기회가 온다. 기회는 많아진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내년 또는 내후년 가서 은행 캐피탈 마켓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확신했다.

샐러리맨으로 시작, CEO에 오른 소감과 포부를 물었다. 정 사장은 “지금도 샐러리맨”이라며 웃었다.

사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렇다. 좋을 때 어려운 때를 생각해야 하고 어려울 때 좋을 수 있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공자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순경과 역경을 바라보아야 한다. 시장이 많이 도와줘서 겸손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잘 안되어서 많이 배우려 한다.”

<주요 이력>

)굿모닝신한증권 Wholesale본부 부사장, 상품운용본부 부사장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자산운용위원회 자문위원

)대우증권 IB 제1 본부장, ABS 및 파생상품부장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채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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