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증권의 고민, IB? M&A? 환경변화 직면..보수성향 벗고 변화 모색할지 주목
이 기사는 2009년 02월 20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화증권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손꼽히는 보수적 증권사다. 창사이래 위험자산 투자로 입에 오르내린 적이 없고 분기 적자를 낸 적 역시 없다.
외환위기 때 그리고 IB열풍 때도 인수합병(M&A)에 한번도 연루가 안 됐던 그야말로 ‘마지막 보이스카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에 실물경기 침체가 겹치고 국내 자본시장에 획을 그을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유화증권의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변화냐 유지냐’의 갈림길에서 모종의 선택을 강요 받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영업’에 있다. 여의도에 ‘빅뱅’이 몰아치더라도 기존 영업만 무리 없이 유지되면 굳이 변화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비슷한 니치 마켓을 겨냥한 경쟁 회사가 우후죽순 생겼다.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막강한 배후가 있다. 다수의 은행들이 자회사로 증권사를 세웠다.
유화증권의 법인영업 환경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것이다. 유화증권에서 법인영업 등을 맡고 있던 최유식 상무는 지난 주 사직했다. 지난해 영업부서 ‘허리’를 맡고 있던 중견 사원 상당수가 이직으로 빠져나간 것도 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평이다.
회사의 방향성 논의도 내부에서 나온다. 유화증권과 함께 3대 보수적 증권사 중 하나였던 신영증권은 투자은행(IB)부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머지 한 곳 서울증권은 외환위기 때부터 일찌감치 ‘M&A’ 바람에 휘말렸다.
‘IB부문을 강화할 것인가, M&A에 나설 것인가’의 문제가 유화증권의 고민의 요체다.
유화증권에서 이직한 타증권사 관계자는 “방향을 찾고 있지만 답이 잘 안 나올 것”이라며 “사내 유보금이 많아 직접 M&A를 하기 보다 재무적 투자자(FI)로서 M&A에 적응하는 전략이 설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화증권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3977억원이고 자본잉여금만 1288억원에 달한다. 그 동안 이익이 나면 상당 자금을 유보금으로 남겨 현금성 자산은 1000억원이 넘는다. 7곳에 있는 소매 지점은 IB업무의 거점 점포로 활용할 수 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를 줄 수 있는 자본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풍토와 오너의 성향은 변화보다는 유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쉽게 결론을 못 내리는 상황이다.
올해 87세를 넘긴 윤장섭 회장은 1957년 성보실업을 설립해 사업을 시작한 후 70년대에 해성그룹의 고 단사천 회장과 함께 '현금왕'으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현금동원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기업 인수, 매매 등을 하지 않는 ‘개성상인 1세대’로 유명하다. 유화증권은 1962년 창업했다.
소매 영업 부문의 유지 여부도 또 다른 고민거리다. 위탁매매 수수료는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급감했다. 지점을 폐쇄할 계획은 없으나 수익보다는 비용이 커지는 구조가 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신규 투자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증권가에선 요즘 유화증권에 관심을 갖는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금융위기에 흔들림이 없지만 과거 위기 때마다 새로운 흐름을 태동했었다는 경험 때문이다. 유화증권마저 바뀐다면 그 흐름은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화증권이 위험자산이 없고 재무제표는 탄탄해 공기업보다 안정적이라는 평도 있으나 '이제는 변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추측도 공존한다"며 "유화증권의 선택에 ‘무언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고 실제 최근엔 인력 구조 등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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