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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재무안정성 '흔들' 영업경쟁력·수익성 저하 … 차입금 부담, 현금흐름 악화 '여전'

황철 기자공개 2009-03-09 12:54:53

이 기사는 2009년 03월 09일 12: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의 재무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현금창출능력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차입금 부담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침체에 대한 방어능력이 경쟁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 고민이다. 석유판매 감소를 메워줄 뚜렷한 '대타'가 없고 고도화 설비에 대한 투자를 미리 해놓지 못해 정제마진 축소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

위기 대응능력, 상대적으로 떨어져..정유사업 매출비중 95%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4대 정유사 중 규모나 실적 면에서 모두 하위권이다. 매출액·시장점유율은 후발주자인 S-oil에까지 밀렸고, 정제능력·수익창출력 등 질적인 면에서도 열세다.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사업 다각화, 고도화 설비 투자 등 향후 영업경쟁력을 높일 여건이 미진해 사업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는 것.

현대오일뱅크는 여느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석유정제, 석유화학(BTX)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한다. 그러나 BTX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져, 정유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95%(2007년말 기준 94.7%)에 육박한다. 85%대를 유지하고 있는 타 경쟁사들과는 10%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정유사업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는 유가·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고, 영업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중질유 분해 시설(고도화 설비) 비중이 16.4%(1월말 기준)로 SK에너지 다음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말 정제 마진 급락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됐던 이유도 값싼 벙커C유를 휘발유로 재처리하는 고도화설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SK에너지는 석유개발사업 등 업계에서 사업다각화가 가장 잘 이뤄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신평사 관계자는 "정제능력, BTX 생산능력이 경쟁사 대비 가장 열위하고, 안정적 유통구조를 가진 업종 특성상 시장 지위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며 "하반기 이후 유가급락 후 하향 안정화가 지속되고 있어 매출 및 손익 규모 축소가 타사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손익을 통한 현금창출(EBITDA-금융비용) 규모가 축소되면서 유동성 위험이 커졌다. 현대오일뱅크가 정제마진 축소·수급 불안 등 업계 공통적 위기 상황에서 유독 시장의 우려를 집중적으로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상반기 6.8%에 이르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3분기 누적 3.7%로 3개월만에 반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상반기 2552억원에서 3분기 누적 1031억원으로 급감했다. 손익활동현금흐름은 2007년말 4229억원에서 3분기말 3585억원으로 악화됐다.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말까지 고도화율을 국내 최고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 그러나 그때까지 경쟁사 대비 수익성 열세는 어쩔 수 없을 전망이다. 또 최근 복합정제마진이 하향안정화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설비투자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금 부담 점점 늘어날 것"

지난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차입금 부담도 크게 줄이기 힘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유가급등으로 운전자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9월말 현재 총차입금이 2조5538억원. 2007년말 1조3854억원의 거의 두배다.

매출채권·재고자산은 같은 기간 각각 4269억원, 7421억원이 늘었다. 운전자금 부담이 고스란히 차입금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설비투자관련 자금소요도 3분기까지 1200억원에 달해 차입금 부담을 키웠다.

운전자본 부담은 지난해 하반기 유가 급락을 감안하면 다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단기차입금 역시 유산스를 중심으로 다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제 마진 축소로 손익현금창출 규모가 줄고 있어 차입금에 대한 부담을 확실히 털어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9월말 현재 2조6000억원대이던 금융권 신용공여(지급보증 포함) 규모를 연말을 앞두고 1조8000억원 미만으로 급격히 줄였다. 운전자본 회수를 통해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연말 결산 후에는 다시 2조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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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까지 2차 고도화투자자금 2조1000억원이 추가 지출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차입금 증가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중 6730억원의 자금을 올해 집행할 계획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석유사업의 수익성은 정제마진뿐 아니라 고도화 비율, 수입·수출 비중, 원유 도입 시 결제조건 등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며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어느 것 하나 경쟁사에 비해 조건이 나은 게 없어 고도화설비 투자에 더 크게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 차입금 대부분이 회사채 발행으로 만기 분산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대주주인 IPIC가 신용공여나 원유도입과 관련된 매입채무 결제시기를 지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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