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3개월간 2조원 차입, 배경은? 유가하락, 수익성 저하…현금흐름·재무안정성 악화
이 기사는 2009년 02월 23일 0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칼텍스가 3개월여만에 2조원이 넘는 채권·기업어음(CP)을 발행하며 조달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수조원대 고도화 설비 투자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최근 급격히 악화한 현금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GS칼텍스는 유가하락에 따른 마진 축소로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다. 또 매출채권·재고자산 증가로 영업현금흐름이 꼬이고 있다.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지자 차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
CP발행 증가율 국내기업 중 '최고'
20일 현재 GS칼텍스의 기업어음(CP) 발행액은 1조318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말까지 3200억원선에 불과하던 CP 잔액은 불과 3개월여만에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국내 CP 발행 기업(공기업 제외) 중 세번째로 큰 규모이며 증가율로 따지면 으뜸이다.
그 결과 단기차입금은 2007년말 4816억원에서 지난해말 1조5242억원(CP 1조2990억원 포함)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실질적 단기차입으로 분류되는 유전스(Usance)를 포함하면 3조6805억원으로 늘어난다.
GS칼텍스는 그동안 CP를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2006년 6월 처음으로 300억원 어치의 CP를 발행한 바 있지만, 한달도 지나지 않아 모두 현금으로 상환했다. 2007년 12월에도 3200억원을 조달했지만 이듬해 10월까지 추가 발행 없이 잔액을 유지했다.
당시까지만해도 양호한 석유정제마진으로 수익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유업 특성상 매출채권·재고자산의 환금성이 높아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 환경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유가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하향 곡선이 가팔라 졌다. 2008년 상반기 60달러까지 치솟던 복합정제마진은 11월 절반 이하(20~30달러)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 축소와 함께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외환·파생상품 관련 손실까지 발생하면서 순이익은 8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GS칼텍스가 채권·CP 등 크레디트물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도 업황 악화가 본격화한 때와 맞물려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에만 6324억원어치의 CP를 발행했다. 같은 달 회사채 시장에서도 3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이 같은 추세는 지금까지 이어져 CP잔액 1조3000여억원, 회사채 총 1조2000여억원(발행예정분 4000억원 포함) 등 총 2조5000여억원의 잔액을 나타내고 있다.
고도화 설비, '독(毒)' 될 수도
시장에서 GS칼텍스의 유동성에 우려의 시각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2조원대의 현금성자산을 감안하면 당장 신용경색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영업에 따른 현금창출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재무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GS칼텍스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2007년말 6320억원에서 지난해말 -832억원으로 급감했다. 유가 반등에 따른 정제 마진 확대도 향후 1~2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 전망이 어두운 상태.
여기에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출채권·재고자산이 늘어나,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말 영업현금흐름은 116억원으로 2007년말 3805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연말 대규모 매출채권 회수로 플러스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만해도 부(-)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분기 단위 현금흐름의 호조가 일시적 현상이라면 운전자금 부담으로 인한 유동성 경색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
특히 제3차 고도화설비 증설에 따른 추가적 투자자금 수요도 유동성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업황 부진의 장기화로 설비투자 효과가 반감된다면, 차입금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석유 관련 업종이 전통적으로 실적 변동성이 큰 이유는 유가·환율·경기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며 "유가 하향 안정화로 정제마진이 상당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정유업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유 시장 자체가 공급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사(SK에너지) 대비 사업다각화 면에서 떨어지는 GS칼텍스의 경우 업황 리스크 노출도가 더욱 크다"며 "대규모 설비 투자가 기대만큼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장·단기 유동성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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