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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무역금융의 함정

김동희 기자공개 2009-03-05 11:16:42

이 기사는 2009년 03월 05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 기업들이 무역금융을 제 때 받지 못해 난리다. 특히 은행의 외화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단기 차입금인 은행 유산스(Banker's USANCE)를 이용하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들은 새롭게 거래할 은행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신용장 개설이 순탄하지 않아 부랴부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유산스를 상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까지 발행한 16조원의 회사채 가운데 약 2조원이 외화차입금을 갚는데 쓰였다. 대부분의 정유사와 철강 회사는 지난해 유산스 이용을 크게 줄였다.

기업의 유산스 상환은 단기차입금을 갚아 유동성 위험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험은 더욱 커진 모습이다.

유산스가 급격히 줄면 기업의 재무구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자비용이 상승하거나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와 같이 신용경색이 심할 경우에는 부도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마저 높다.

이미 무역금융으로 인한 기업의 위험은 국가 경제와 국내 금융 산업 전체의 위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은행이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역금융 사용을 갑자기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 무역금융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국내 외화자금이 팍팍하게 돌아가면 은행들은 외화자산인 무역금융을 줄 일수 밖에 없다. 현재 은행들이 기업의 유산스를 제한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더욱이 분기 말에는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할 수밖에 없어 부담이 더 커진다.

무역금융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 동안 무역금융은 금융시장에서 무수한 논란을 일으켰다. 차입금이냐 운전자본이냐 하는 논란에서 부터 은행의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통계조차 제대로 발표되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정부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를 감안해 무역금융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은행은 각종 수수료 수익과 연계영업을 위해, 기업은 금리가 낮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역금융을 선호했다.

장래 어떤 위험이 나타날지 고민하지도 않은 채 정부와 은행, 기업이 모두 유동성 위험을 키운 것이다.

최근 무역금융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외화자금을 확보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은행은 무역금융 지원을 목적으로 미국과 유럽계 은행 4곳으로 부터 2억 5000만 달러의 크레딧라인을 확보했다. 하나은행도 ING은행에서 5000만 달러의 외화를 조달했다.

정부 역시 수출보험공사 등 공기업을 활용해 각종 수출입기업 보증에 나서고 있다. 또 무역금융 한도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도 기간을 연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은행의 이 같은 노력은 일시적인 외화유동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금융 불안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무역금융의 부작용을 보면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와 은행, 기업 등 모두가 합심해 국내 무역금융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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