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비은행금융社 콜시장 퇴출 충격 완화 기관간 RP 시장 활성화도 기대
이 기사는 2009년 10월 26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입 초기에 단기사채를 가장 활발히 이용할 곳은 일반기업 보다는 비은행 금융회사가 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증권사는 단기사채를 주로 발행하는 쪽, 자산운용사는 주로 투자하는 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수적으로 기관간 환매조건부채권(RP)시장도 덩달아 활성화 되는 부수효과를 누려 자금시장의 큰 그림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사채 도입이 자금시장 개편의 신호탄인 셈이다.
◇ 하루짜리 단기사채도 가능...1일물 콜운용 대체 수단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자금시장 재편의 핵심은 현행 콜(Call) 거래 시장에서 지급준비금 의무가 없는 비은행 금융회사를 배제하는 것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초단기 자금시장인 콜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데다 콜금리가 지준의 수급과 무관하게 움직이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미국은 지준부과대상인 상업은행, 저축대부조합, 상호저축은행, 신용조합 등에 대해서만 우리의 콜 시장과 유사한 페더럴펀드마켓(Federal Fund Market)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도 비슷하다.
그러나 아무런 보완책 없이 콜시장을 수술할 경우 일대 혼란은 불가피하다. 증권사 등은 손쉬운 조달수단을 잃게 되고, 자산운용사는 안전하면서 유동성이 높은 운용처를 잃게 된다. 하루 평균 콜거래 규모가 3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섣둘리 메스를 대기 어려운 이유다.
단기사채의 활성화는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에 단기자금을 조달할 길을 열어준다. 콜시장이 막혔을 경우 발생할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단기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단기사채는 최대 만기(1년)만 있을 뿐 최소 만기는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실물증서 발행이 아닌 전자등록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기 하루짜리 단기사채 발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콜시장 참여 조건을 지준 대상 기관으로 제한했을 때 증권사 등 주로 콜 자금을 차입하는 금융회사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초단기 단기사채 투자로 콜 자금 운용을 대신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기사채가 자리를 잡으면 초단기 자금의 운용과 조달이 콜 시장에 편중되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1~4일물 기업어음(CP)이 일평균 CP 발행액의 68%를 차지해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의 초단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CP는 금융위가 도입하려는 단기사채와 성격이 같다. 미국 금융회사의 경우 1~4일물 CP 발행을 통한 일평균 자금 조달 비중이 2009년 현재 77.6%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100억달러가 넘는다.
최근 증권사에서 CP 발행이 눈에 띄고 있지만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달 8일과 12일 삼성증권은 3개월만기 CP 1450억원 어치를 발행했고 현재 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CP를 발행했다. 단기사채 제도 도입과 콜시장 개편을 앞두고 자금조달선 다변화를 위한 일종의 연습이라는 평가다.
◇ 기관간 RP와 자금시장 쌍두마차 기대
기관간 RP시장은 금융회사간에 단기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시장. 매매일 시점에 유가증권에 대해 매도(매수)가 일어나고 미래의 특정 시점에 해당 증권에 대해 환매수(환매도)가 이루어진다. 초단기자금과 장기자금을 잇는 금융시장의 허리로 종종 축구팀의 미드필더에 비유된다.
그러나 국내 RP시장은 기형적으로 성장한 콜시장에 치어 수십년동안 미숙아 신세다. 채권시장에서 자주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한국은행 금리정책의 충격을 과도하게 받는 이유로 부실한 RP시장이 자주 거론된다. 콜시장→자금시장→채권시장으로 이어지는 통화정책 경로가 단절됐다는 것이다.
콜시장 참여가 제한될 경우 금융회사는 자금조달과 운용을 단기사채에만 의존할 수 없다. 이때 대안이 기관간 RP다.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활용하면 충분히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자금중개회사 등을 중심으로 기관간 RP거래 중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관간 RP 거래도 점차 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기사채 도입 등의 대책을 세우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가 시장 자발적으로 콜 시장 이외의 대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관간 RP 시장이 자리를 잡을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고되고 금융시스템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회사에게는 채권·선물·옵션·신용파생상품 등의 거래 기회를 넓혀 수익 창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 금융회사를 살펴보면 수익창출을 위해 RP 거래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차익·헤지·합성거래 등을 위해 정밀한 RP 거래기법을 개발해 수익창출의 영역을 넓혀왔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단번에 시장개편을 끝낼 생각이 없다. 사실 자금시장 개편까지는 아직 먼 이야기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기사채도 2011년 후반에나 시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CP와 콜 시장은 오랫동안 지속된 제도이며 한 순간에 틀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개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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