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기업어음 대체할 '적수'의 등장 금융위, 2011년말 시행 예정...기업어음 대체 유인 확보 과제
이 기사는 2009년 10월 26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르면 2011년 말부터 단기사채가 본격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현행 기업어음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사채는 만기 1년이하 채권으로 기업어음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단기사채와 어음이 기업 단기조달수단의 양 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1년에 단기사채를 도입했고 미국 역시 단기사채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CP(Commercial Paper)라고 하면 곧 기업어음을 일컫지만 외국의 경우 CP시장을 단기사채와 기업어음이 대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사채가 기업어음 시장의 불투명성을 제거하고 자금시장 활성화를 위한 윤할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단기사채의 성패는 기업어음에 대한 수요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단기사채 도입 이후에도 현행 기업어음를 존속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기준 우리나라 기업어음 발행 잔액은 63조원에 달한다. 단기 신용물 시장을 두고 기업어음과 단기사채의 패권 다툼이 불가피하다.
◇ 단기사채, 기업어음의 비효율 문제 없앤 상품
단기사채는 특수한 형태의 유가증권으로 중앙등록기관을 통해 전자등록방식으로 발행·유통되는 채무증권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입법예고한 단기사채 법안에 따르면 △각 사채의 금액이 1억원 이상 △만기가 1년 이내 △사채 금액을 일시에 납입 △만기에 원리금 전액을 일시에 지급 △사채에 전환권, 신주인수권,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권리가 부여되지 않을 것 △사채에 「담보부사채신탁법」에 따른 담보를 붙이지 않을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단기사채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단기사채는 기업어음과 동일한 상품성은 유지하면서 기업어음이 갖는 법적 이중성과 실물발행시 야기되는 비효율을 제거했다.
그간 은행이 기업어음을 매입할 경우 법적 지위가 유가증권이냐, 대출이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질은 대출과 다를 바 없었지만 신·기보 출연금 부담을 면제받았고 공시 의무는 회사채 등 다른 유가증권에 비해 가벼웠다.
실물 증권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비용과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분할양도도 불가능해 수요자와 공급자간 금액이나 만기가 다를 경우 거래가 불가능했다.
반면 단기사채는 전자증권으로만 발행되며 최소 1억원까지 액면 분할이 가능해 유통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다.
일반 채권과 달리 발행 기업이 이사회로부터 한번 한도를 받으면 다시 이사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대표이사 결정만으로 발행이 가능해 자금조달의 신속성을 꾀할 수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도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투명성 확보는 단기사채 제도 도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다. 단기사채 발행 정보는 한국예탁결제원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단기사채법은 오는 27일 공청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국회에 상정되고 2011년부터 본격 도입된다.
◇ 단기사채, 기업어음 대체할 유인 확보 필요
단기사채 활성화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기업어음에 대한 금융시장의 시각 변화 때문이다.
기업어음은 신속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고 자금 조달 정보가 노출되지 않아 기업들이 선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기업어음 조달이 많을수록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금융시장은 보다 투명한 재무정보를 원하고 있다. 또 단기사채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기업어음 발행을 선호한다면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시장의 시각 변화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단기사채 투자 확대 방안에도 힘써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사채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자산운용사의 단기사채 투자제한 완화, 증권사에 대한 종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허용, 단기사채를 환매조건부(RP)대상증권으로 허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확실한 것은 현행 기업어음에 대한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은 기업어음을 유가증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증권신고서 발행이 면제되는 등 사실상 사모 형식이다. 기업어음을 사모 발행으로 규정할 경우 투자처가 제한돼 단기사채로 물꼬를 바꿀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기업어음의 법적 지위를 규정할 단계는 아니다"며 "공모냐 사모냐 여부 보다는 단기사채의 발행과 투자 유인을 확대해 자연스럽게 단기사채가 기업어음을 대체할 수 있게 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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