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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밀어내기'의 목적은 포스코 등 원매자 충돌..민간에 알짜매물 분산 의도

박준식 기자공개 2009-11-13 14:32:49

이 기사는 2009년 11월 13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가능성이 대우인터내셔널(대우인터) 매각이 진행되는 도중에 부각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인 두 기업이 당초 시장 예상과 달리 시차를 두지 않고 거의 동시에 매물로 출회된 배경 때문이다.

옛 대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 기업은 정부 관련 기관이 보유 중인 몇 안 되는 알짜 매물로 꼽힌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양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산업은행 등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지만 둘 다 체력을 회복해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대우인터 경영권 매각 지분 51%의 가치는 3조~4조원 가량으로 평가된다. 대우조선의 경우 지난해 한화그룹이 제안한 인수가격은 6조원 수준이다.

둘 다 수 조원 대에 달하는 체급이라 시장에서는 원매자 확보와 금융권 여력 등을 고려해 정부가 순차적으로 매각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조선 매각이 올 초 한화그룹의 포기로 좌초한 이후 기다렸다는 듯 하반기에 대우인터 매각이 시작되면서 기존 전망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대우인터 매각을 위한 주관사 실사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2일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이 다음 달부터 대우조선 매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혼란스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민 회장은 "대우조선이 국가 성장 동력이 되도록 올해 주관사를 선정해 내년부터 매각을 재시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런 민 회장의 언급은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상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 회장이 대우조선 경영권 지분을 분할 보유 중인 자산관리공사(KAMCO)의 동의 없이 계획을 발표하기는 힘든 구조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경영권 지분 50.1%를 매각하자면 19%를 보유 중인 캠코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관련 실무자들도 정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선 걸 보면 이번 결정이 미리 준비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 매각을 준비 중인 캠코 실무진도 난데없이 등장한 대우조선 매각 발표가 상당히 불쾌한 눈치다. 이 발표로 인해 대우인터 매각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포스코나 한화 등은 대우인터나 대우조선 모두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두 매물이 동시에 시장에 나올 경우 하나를 포기해야 할 입장이다. 둘 다 욕심이 나지만 모두를 독차지할 경우 옛 공기업이 민간 시장을 휩쓴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갑작스레 대우조선을 내놓은 이유가 두 매물의 원매자를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우조선의 경우 이미 거래가 한차례 유찰되고 조선경기가 침체되면서 예상 거래규모도 지난해보다 낮은 4조원 대로 예상되고 있다.

공적 매물을 민간에 자금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속히 이전해야 한다는 정부 입김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취임 직후 "대우조선 M&A가 빨리 가닥을 잡고 정리되는 게 중요하다"며 "산업은행이 매물을 가진 곳에 임원을 내려 보내고 업무보고를 받으며 엔조이(enjoy) 하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하면서 대형 공적매물 매각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현실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이다. 효성의 포기와 대우조선 재입찰 발표가 거의 동시에 이뤄졌지만 산업은행 등 정부 섹터는 이미 그 전에 하이닉스 매각 차질을 보고 받았을 거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어떤 이유에서든 관련 기관의 공적 매물 보유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며 "이런 속도라면 내년에 하이닉스나 현대건설 등 남은 대형 매물까지 나올 텐데 시장이 이를 모두 흡수할 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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