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12월 11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취지는 좋은데 코스닥 기업들까지 신주인수권 시장에 난립해버리면 과연 이게 통제가 가능할 지 좀 걱정이네요."
신주인수권 상장이 가시화되며 급증한 코스닥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금호종금이 대표주관을 맡은 유진기업의 500억원 규모 공모 BW에 3600억원이 몰리자 비슷한 BW 딜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진 긍정적이다. 전체 주식자본시장(ECM)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스닥 기업들에겐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생긴 셈이다. 유진기업 역시 BBB-(부정적)라는 신용등급을 가지고도 무사히 500억원 모집에 성공했다.
신주인수권 상장을 염두에 두고 BW 발행을 준비해 온 일부 증권사들에겐 짭짤한 틈새시장이 열렸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 기업 공모 BW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IB는 금호종합금융(유진기업 500억원)·키움증권(중앙디자인 170억원)·HMC투자증권(비티앤아이 100억원) 등 중소형사 들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익성을 두고 투자자들이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소규모 코스닥 기업들의 신주인수권이 난립하면 시장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코스닥 기업 신주인수권 투자 가치와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크다. 신주인수권 상장을 통해 환금성이 생기는 것은 좋지만 과연 수익성이 얼마나 크겠냐는 것이다. 잘못하다 개인투자자들이 대량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
신주인수권의 가격은 블랙-숄즈 모형이라는 일정한 공식을 통해 산정한다. 무위험이자율(국채)·보통주의 가중 산술 평균주가·역사적 변동성 등 5가지 정도의 변수가 고려된다. 이 모형의 특징은 역사적 변동성이 커질수록 신주인수권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에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코스닥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높아 신주인수권 가격도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주가 대비 신주인수권 가격이 높다면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발행을 준비 중인 한 코스닥 기업 BW의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2700원이다. 블랙-숄즈모형을 통해 산출한 신주인수권의 가치는 504원. 이 기업의 지난 9일 종가는 2700원대 초반이었다. 최소한 지금보다 주가가 20% 이상 올라야 신주인수권에 '가격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투기자금 유입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재 코스피 기업만 상장이 가능한 신주인수권 시장의 거래량은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 가장 거래가 많은 기아자동차 신주인수권의 하루 거래량도 평균 9만~10만여장에 불과하다. 거래가 적은 종목은 2000장도 채 거래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거래량이 적으니 투기자금이 유입되면 가격이 급격히 오르내릴 위험이 있다. 게다가 신주인수권은 상한·하한가 제한(현행 15%)도 받지 않는다. 지금은 코스피 기업 17곳만 신주인수권을 상장해 큰 문제가 없지만 코스닥 기업이 줄줄이 들어서게 되면 관리에 허점에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주인수권의 가치는 일반적인 가격 가치 외에도 시간 가치가 포함돼있어 일반 투자자들이 가격을 가늠하기 힘들다"며 "이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세력이 나타난다면 개인투자자들의 대량 손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보다 좀 더 넓은 범위 내에서 상한·하한가 제한폭을 도입한다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코스닥 기업만 신주인수권 상장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신주인수권 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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