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거운 대우증권 SPAC 1호 경쟁사 대비 2~4배 공모 성공 불확실..발기인 많은 구조적 문제
이 기사는 2009년 12월 18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증권 스팩(SPAC) 1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선도 증권사로서 첫 작품을 화려하게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제어하기 힘든 수준으로 덩치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설립 등기 효력이 생긴 이 스팩 1호의 기업명은 그린코리아기업인수목적회사. 이 특수목적법인(SPC)은 대우증권이 주도한 스팩이지만 발기인으로 6개 법인이 추가 참여했다. 대우증권 외에 산업은행과 IMM인베스트먼트, 그린손해보험, KT캐피탈, 신한캐피탈, 사학연금 등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의 계열은행으로 딜 소싱 창구 역할을 맡고, IMM은 사모펀드 운용역을 통해 쌓은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전망이다. 나머지 투자사들도 기관투자가로서 펀딩 외에 각자 역할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하나를 사들이기 위해 설립한 SPC에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이 7개나 모이면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우선 투자 규모가 경쟁사들에 비해 두 배 가량 커졌다. 7개 법인이 서로 투자 비율을 높여 SPC를 만들다 보니 자본금만 15억원이 모였다. 자연스럽게 예상 공모 규모도 기본 요건인 200억원을 훌쩍 넘은 500억~1000억원이 됐다.
발기인이 늘면 운영비 예산도 증가한다. 당국이 규제하는 요건에 따르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금의 90% 이상을 증권금융회사에 예치 혹은 신탁해야 한다. 남은 10% 이하의 자금으로 7개 발기인이 소요할 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공모금 전체 파이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공모 규모가 커지자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설립을 서두르는 모습도 엿보인다. 대우증권은 지난 15일 스팩 설립과 상장 요건이 담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곧바로 등기를 마치고 이를 발표했다.
대우증권 이 외에도 현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스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자들보다 일찍 자금을 끌어 모으지 않으면 공모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200억~300억원의 공모를 계획한 타사에 비해 대우의 스팩 1호는 최대 1000억원을 공모할 계획이다. 1000억원의 자금을 시장에서 모으는 건 예상 시가총액 5000억원 가량의 기업을 상장하는 작업에 비견된다. 생명보험 업계의 상장이 봇물을 이룰 내년 시장에서 공모 일정이 뒤로 밀릴수록 실패 확률은 커진다.
공모에 성공하더라도 500억~1000억원대 자금으로 합병할 타깃이 시장에 흔치않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스팩의 합병대상인 비상장기업은 요건 상 공모금의 80% 이상 기업 가치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따지자면 최소 400억~800억원 가치면 충분할 것 같지만 상장을 위한 지분 분산요건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대주주가 경영권을 잃지 않고 스팩의 공모자금을 활용하자면 합병 후에도 최소 30~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 경우 스팩의 공모자금이 500억~1000억원이라면 대상 기업의 가치는 1500억~4000억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업 규모가 수천억원 단위이면서 경영 현황도 우량한 회사가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이런 기업이라면 상장 후에도 주가 탄력성이 높지 않다. 시총 500억원의 기업이 1000억원으로 성장하긴 쉽지만 3000억원 짜리가 6000억원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스팩의 취지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량 중소기업에 공모자금을 지원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그에 따른 차익을 투자자들에 나눠준다는 것이다. 초기에 출범한 스팩의 주가 탄력성이 높지 않을 경우 투자자 보호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스팩은 상장이 돼도 타깃 확보에 실패하거나, 합병 주주총회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3년 내 해산 절차를 밟는다. 합병 절차 역시 상법상 상장 차익 법인세 관련 규정으로 인해 상장 후 1년 동안은 적극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렵다. 스팩 역시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여러 상품 중 옥석을 신중히 가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스팩이 초반에 성공해야 2호, 3호도 어렵지 않게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의 우려는 경쟁사들의 시기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업계에서 리딩 증권사로 통하지만 르네상스 PEF의 부진한 운용이나 포스코건설 기업공개 연기 등으로 사기가 많이 꺾였다"며 "스팩을 성공시켜야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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