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11월 23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증권사 간 기업인수목적회사 스팩(SPAC) 설립 경쟁이 치열하다.
대우증권을 필두로, 삼성, 현대,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등 매년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의 내년도 신사업 계획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스팩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얼마전에는 일부 자산운용사가 12월 중순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스팩의 공모주에 투자하는 '스팩공모주펀드'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벌써 스팩의 파생상품까지 출현하고 있다.
예상보다 큰 시장의 반향에 가장 기뻐하고 있는 곳은 바로 스팩 제도 도입의 주춧돌을 마련한 금융위원회다. 그 중에서도 자본시장과 이현철 과장(사진. 44)의 소회는 더욱 남다르다.
올 3월부터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업계와 함께 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팀(TFT)에서 한국형 스팩 설계 작업의 대들보 역할을 한 주인공이다.
스팩,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수단
"스팩을 이용하면 뭐가 좋나요?"
이현철 과장은 최근 중소기업들로부터 스팩을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본질적 장점에 대한 질문을 자주 듣는다. 답변은 항상 사모투자펀드(PEF)와 스팩의 비교로 시작한다.
PEF와 스팩은 잠재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인수한 뒤 상승한 기업가치를 수익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 과장은 "PEF와 스팩, 수익원은 같지만 수익 창출의 과정은 분명 다르다"고 강조한다.
PEF는 기본적으로 한 기업의 지분 51% 이상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 이렇게 의결권을 확보한 PEF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펼친 후 기업가치가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 해당 기업을 매각, 그 매각 차익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Exit)한다.
하지만 스팩은 다르다. 스팩의 엑시트 방식은 '장내 매매'로 한정돼있다. 스팩의 엑시트 과정을 정리하면 대강 이렇다. 먼저 스팩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그 다음 스팩이 비상장 우량기업을 선정해 그 기업과 우호적 합병을 한다. 즉 해당기업을 우회상장 시키는 것. 스팩의 투자금은 바로 우회상장 후 해당 기업 주식의 거래 차익을 통해 회수된다.
이 과정에서 스팩의 투자대상으로 지정된 기업이 얻는 혜택은 막대하다. 먼저 스팩의 공모자금을 기업 운영비로 쓸 수 있다. '상장기업'이라는 명패를 얻음으써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도 쉬워진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PEF와는 달리 스팩의 투자대상이 된 기업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팩과의 합병방식이 우호적 합병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이런 스팩의 강점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PEF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인수해 부실한 부분을 정리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과 달리 스팩은 우회상장을 통해 기업에게 유동성을 공급, 재무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돼 줄 수 있다는 것.
PEF와 스팩, 선택은 투자자 몫
이렇듯 조력자가 필요한 벤처기업에게 스팩은 훌륭한 선택지다. 하지만 투자수단으로서 스팩은 PEF만큼의 고수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PEF는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사업구조, 재무구조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스팩은 기업의 기존 경영진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야한다. 기업 경영실적이 부진하다면 PEF는 매각이라는 엑시트 전략이 있지만 스팩은 그 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이 과장은 그래서 "스팩은 '엔젤투자자'의 마음으로 투자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단기수익을 내려고 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과 자신이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수단 PEF. 수익률을 PEF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공모자금의 90%를 증권금융에 예치하도록 한 원금보장형 투자상품 스팩. 이 과장은 "이제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PEF로 투자방식이 한정돼 있었던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 스팩이라는 선택지가 추가됐다"며 "투자 선택폭의 확장 자체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인터뷰 말미, 이 과장은 스팩의 활성화를 위해 금융위원회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앞으로 꾸준히 업계를 모니터링하며 스팩의 부족한 점을 메꿔나가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합리적 시장 감시자로서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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