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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비씨카드'로 무얼 하려는 걸까 카드업무 프로세싱? 카드사업자 전환? 그냥, 밑그림 없이?

현상경 기자공개 2010-02-18 09:06:31

이 기사는 2010년 02월 18일 09: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공룡 KT가 마침내 신한을 설득, 비씨카드 인수에 한발 내디뎠다는 소식이 업계 관심사다. 일각에선 카드ㆍ통신업계에 미칠 파장을 벌써부터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KT가 비씨카드의 문을 두드릴 당시부터 생긴 궁금증은 여전하다. 도대체 KT는 '비씨카드'로 무얼 하려는 걸까.

일단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한다. '이동통신과 금융의 컨버전스'가 보여줄 막강한 시너지에는 이견이 없다. 모바일카드의 파괴력은 요즘 대세라는 아이폰에 신용카드를 붙여 판다고 생각해 보면 금방 짐작 가능하다.

사용자는 휴대폰 하나로 신용카드(교통카드 기능은 물론이다)를 쓸 수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활용도가 떨어진 통신사 멤버십포인트와 카드포인트를 모아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휴대폰으로 온라인쇼핑을 하면서 복잡한 인증과정 없이 그 자리에서 30만원 이상 고액결제도 가능해진다. 사업자도 신용카드로 휴대폰 요금을 결제시켜 매출극대화를 노릴 수 있고, 통신ㆍ카드 공동멤버십 가맹점을 늘려 시장지배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얼추 따져봐도 기대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정작 의문점은 비씨카드가 이를 위한 '모범답안'인지에 있다.

비씨카드는 다른 카드사와 성격이 다르다. 전업계 카드사가 아닌 '프로세싱', 즉 신용카드 정보처리 회사다.

비씨카드의 주주인 11개 은행들은 각자 명의로 'OO은행 BC카드'라는 이름의 신용카드를 발급 및 유통시킨다. 비씨카드는 이들 은행에서 수수료를 받고 비씨라는 이름을 쓰게 해 주면서 신용카드 결제 이후의 전산처리 등 각종 업무를 대행해 준다. 아울러 각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고 은행에 건네주는 역할도 한다. 이 수수료들이 한해 영업수익의 95%(2008년말 기준)을 넘어선다.

만일 KT가 생각하는 비씨카드의 미래가 여전히 '프로세싱' 업체라면?

KT는 모바일카드를 찍어내기 위해 카드발급권을 가진 11개 은행들과 개별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당신네 은행이 찍는 비씨카드에 KT 휴대폰을 결합해 발급합시다"라고.

이는 비씨카드의 독특한 주주구성과 영업구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KT가 최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딱히 은행들에게 모바일카드 발급을 요구할 힘도 없다. 은행들이야 "당신들에게 카드 프로세싱 일감을 안주겠다" 혹은 "프로세싱 수수료를 깎아버리겠다"고 나와버리면 그만이다. 회원사이자 고객인 은행들이 비씨라는 울타리에서 탈출하면 KT의 이름을 딴 카드발급은 둘째치고, 기존 수익기반부터 뒤틀린다.

결국 KT가 수천억원을 들여 최대주주가 되든, 그냥 주요 주주가 되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행여 KT가 좀 더 큰 계획, 즉 비씨카드를 인수해 아예 신용카드 발급회사로 육성시키겠다는 꿈이 있다면? 이때부터는 밑그림이 달라진다.

일단 비씨카드의 '환골탈태'를 위해 50% 이상의 지분취득이 필수다. 온갖 난관을 겪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지분을 합쳐 41%를 획득했다고 쳐도 다른 은행들로부터 나머지 10%이상을 더 사들여야 한다. '바이어'가 목이 탄 상황이니 매각협상에서 가격이 치솟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

금융위원회가 KT를 새로운 카드사업자로 승인해 줄 지는 아예 별개 문제다.

우여곡절 끝에 50% 지분을 획득했다고 쳐도 30%이상의 지분을 가진 2대주주, 보고펀드가 남아 있을 것이다. 보고펀드의 지분을 탈취해 올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양사는 향후 비씨카드 경영에서 매 사안마다 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자로 만났던 두 회사가 쉽사리 원활한 공동경영을 이뤄내기는 만무하다. 게다가 두 회사의 색깔과 문화적 이질감도 크다. 한 곳은 여전히 공기업 문화가 남아있는 초대형 통신회사고 다른 한 곳은 철저히 수익추구를 위해 모인 사모펀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수료 수익에 기댔던 프로세싱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전업계 카드사로 탈바꿈할 경우. 초대형 경쟁사가 생긴 만큼 회원사였던 은행들의 이탈이 이어질 게 뻔하다. 자사의 수익구조와 영업방침이 고스란히 경쟁사에 노출되는 데 이들에게 프로세싱을 맡길 곳은 없다. 자칫 비씨카드의 영업기반이 날아가 회사가 껍데기만 남을지도 모른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지금 비씨카드의 회원인 기존 카드발급사와 협업만이 대안이다. 현실적으로는 가장 큰 회원수를 보유한 우리은행이 유력하다. 하지만 KT가 비씨카드의 최대주주가 되어버린 다음에는 우리은행이 굳이 KT와 손을 잡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이를 뻔히 예측했을 신한은행이 KT에 지분을 넘기는 이유도 오리무중이다. 국내 1위 카드사업자를 보유한 신한은행은 비씨를 통해 경쟁사 정보를 고스란히 취득해왔다.

이런 메리트를 포기하려면 지분 매각가격이라도 높여야 하는데 입찰(Bidding)도 없이 순순히 KT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동종업계의 경쟁자인 가입자수 2400만명인 SKT와 1500만명인 KT는 추구하는 바도, 당면한 목표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각기 해결책으로 선택한 '하나카드'와 '비씨카드'. 이 두 회사가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데서 모든 의문점이 발생한다.

SKT는 경우가 다르다. 전업계 카드사인 하나카드를 통해 카드발급과 프로세싱을 다 맡길 수 있다. 또 처음부터 협업을 목표로 세운 회사이니 1대 주주인 하나금융과 원활한 공동경영도 노릴 수 있다. 하나금융 역시 무선통신 1위 사업자인 SKT를 통해 카드업계 점유율 확대를 기대하는 만큼 양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KT가 처한 문제점들이 SKT에는 아예 해당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KT의 진짜 속내를 여전히 알기 어렵다. 분명 구체적인 그림과 목표를 그리고 비씨카드의 문을 두드렸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1위 사업자 SKT가 하는 건 다 따라간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본다. 12조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거대 기업이 그래서도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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