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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예금유치는 '전쟁'…자금중개는 '뒷전' 신한은행 14조원, 국민은행 11조원 3개월만에 유치...기업, 대출 대신 회사채 선호

황은재 기자공개 2010-04-29 14:48:37

이 기사는 2010년 04월 29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2월 은행 예금유치 전쟁의 총성이 울렸다. 시중은행들은 약속이나 한 듯 4~5% 고금리 특판 예금을 연달아 출시하며 자금몰이에 나섰다. 시장성 수신인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을 예금으로 대체하는 것이 은행권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자금중개'라는 은행 본연의 역할은 뒷전이었다. 대출은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은행 자금은 금융권에 머물렀고 실물경제로 퍼져나가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은행의 예금유치 경쟁은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가속시키는 촉매가 됐다.

채권시장은 홍역을 앓았다. 펀드와 연기금은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라는 투자 대상을 잃었다. 은행의 국채와 회사채 매입 확대로 채권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 자금조달 축 변화..신한銀 3개월만에 예금 14조 증가

시중은행이 예금 유치 경쟁은 금융위기전 대출전쟁을 벌일 때의 군집행동을 연상케 할 만 했다. 예금 유치경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감독당국의 예대율 규제였다.

금융위원회는 2009년 12월 유동성과 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예대율 규제의 부활을 발표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는 예금에서 제외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은행들은 후진적인 규제라고 비난했지만 공식적으로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은행들은 오히려 규제에 서둘러 대응했다. 감독당국은 4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은행들은 마치 당장 예대율을 맞추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예금확대를 서둘렀다.

2009년9월말 대비 국민은행의 원화예수금 수신은 11조4813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97.4%인 11조1803억원이 올해 1분기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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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를 가장 잘 한다는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에만 시중은행중 가장 많은 13조7482억원의 원화예수금을 늘렸다. 그간 원화예수금 비중이 크게 낮았던 외환은행도 1분기에 7조1841억원의 원화 예금이 늘었다.

2008년 9월말 44.25%까지 하락했던 은행 부채 가운데 원화예수금 비중은 2009년말 53.95%로 상승했고. 올해 1분기말에는 5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의 교훈도 있고 바젤위원회의 글로벌 유동성 기준 도입 등에 맞춰 예금 수신을 늘려왔지만 예금 수신 경쟁을 일으킨 결정적인 이유는 예대율 규제였다”고 말했다.

예금 유치 경쟁이 불가피했던 것은 금융위기 전 대출 전쟁과 동전의 양면이다. 모든 은행이 대출을 늘려 몸집을 키우는 경쟁을 하느라 예대율이 치솟았고 은행채와 CD 등 시장성 수신에 의존했기 때문에 예대율 규제에 대한 대응도 예금 확대로 동일할 수 밖에 없었다.

◇ 은행채·CD 시장 고사(枯死)..채권형펀드 급증

은행들이 예금을 대폭 늘리자 여파는 나비효과처럼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으로 퍼져 나갔다. 대표적으로 은행채와 CD 시장은 사실상 고사 상태다.

올해 1분기중 하나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 채권을 제외하고는 5개 시중은행은 순상환을 기록했다. 순상환 규모는 신한은행이 1조7700억원이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이 1조71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채권 발행 잔액은 3월말 현재 97조3700억원으로 11분기 만에 다시 100조원 아래로 내려섰다.

만기 도래한 CD는 정기예금으로 유도됐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 5개 은행의 CD잔액은 올해 1분기에만 14조5000억원 줄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4조5000억원씩 줄어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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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와 CD 발행 감소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았다. 은행들은 유치한 예금을 대출하는 대신 채권을 사거나 자산운용사의 채권형 펀드에 맡겼다. 올 1분기 채권형펀드 설정액이 50조원을 넘어선 데는 은행 예금이 자산운용사로 이동한 결과였다.

대부분 은행들이 채권 매입에 나서자 금리는 연일 하락했다. 은행채와 CD를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다른 투자자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채권매입에 나서야 했다. 금리 하락의 기세는 갈수록 강해졌다.

대출시장에선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고금리 예금을 유치한 은행들은 우량기업 대출시장에서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갔다. 반대로 회사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며 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대기업들이 조달비용을 아끼기 위해 대출보다는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잦아졌다. 대출처럼 만기가 1년 정도로 짧은 회사채 발행이 빈발하기 시작했다. 은행의 대출 기피현상이 대기업의 은행 기피 현상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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