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티시스 1.2조, TRS 조건부 브리지론 가능성 담보없는 대출 자기자금으로 인정..TRS 실현시 담보 제공 구조
이 기사는 2010년 11월 24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제시한 1조2000억 원 규모의 예금 증빙이 토털 리턴 스왑(TRS) 조건부 브리지론(Bridge Loan)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결과로만 보면 현대그룹은 기관투자가들의 금융기법을 주어진 조건 내에서 최대한 활용해 이를 자기자금으로 증빙한 셈이다. 대출이 완료된 상황에서 제출된 1조2000억 원의 증빙은 법적으로 자기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자금의 본질은 차입금이기 때문에 추후 현대건설이라는 목적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는 담보가 제공돼 신용보강을 하거나 제3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나티시스 증빙이 현재 상태에서 대출금이라는 것은 현대그룹이 일정 부분을 시인했다. 현대그룹은 23일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의 나티시스 자금증빙 소명 요구에 대해 "담보 없는 대출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자금의 성격을 조건부 브리지론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티시스 입장에서 제 3국 기업인 현대그룹에 조건 없는 무담보 대출을 1조 원 이상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추후 다른 계약을 전제로 자신들의 계정에 대출금을 보관하는 조건으로 증빙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이는 일종의 '꺾기'로 비유할 수 있다. 은행이 일정 계약을 위해 대출을 해주면서 계약조건 실현 전까지는 대출금을 자신들의 계정에 보관하도록 하는 구조다. 이 경우 현재 상태에서 예금주는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지만 실제 돈은 계약이 실현되기 전까지 나티시스가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관리하게 된다.
나티시스 입장에서는 1조2000억 원의 자금을 자신들의 관리 하에 명의만 빌려주면서 정해진 기간 동안 이자를 챙길 수 있다. 통상 국제금융 거래에서 이런 급전 대출은 7~8%의 이자를 받는다. 현대그룹이 이 조건에 자금을 빌렸다면 3개월을 기준으로 240억 원 가량의 이자를 부담하면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실제 인수자로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나티시스의 브리지론도 M&A 성공 시 계약전환을 조건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금을 이용하려면 계약 전환이 필요하다. 명의 증빙용 브리지론을 실제 인수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계약을 변환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2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나티시스가 딜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TRS 계약 실현을 들 수 있다. 현대그룹이 1조2000억 원의 자금을 인출하면서 그에 대한 담보 목적물을 제공하고 현대건설 지분이 가지는 모든 마켓 리스크(주가변동)를 지는 것이다.
TRS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나티시스 손자회사인 넥스젠캐피탈과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취하고 있는 방법이다. 넥스젠은 총 270만 주(1.8%)의 현대상선 주식을 사들이고 이 지분만큼의 의결권을 현대엘리베이터와 공동으로 행사하고 있다.
넥스젠은 이 계약을 통해 만기(약 4년) 이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의 100%를 떠안고, 이익이 발생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80%, 넥스젠이 20%를 가져가는 계약을 맺었다. 주가 변동 리스크에 따른 이자는 3개월 마다 지급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와 비슷한 구조로 나티시스와 TRS 계약을 맺고 현대건설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담보물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23%와 기타 유가증권 등이 거론된다. 신용보강에 필요한 만큼 현대그룹이 채우면 되는 식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1조2000억 원 중 일정액을 TRS로 가져가는 가운데 남은 포션을 인수할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SI)를 찾는 것이다. 나티시스가 증빙한 1조2000억 원은 현대건설 경영권 인수금 5조5100억 원의 21.8%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대그룹은 이 자금을 사용하기 전까지 공동 투자자를 찾을 수 있다.
현대그룹은 이미 입찰 전까지 독일 M+W와 이집트 오라스콤 등과 컨소시엄 협상을 벌인 적이 있다. 때문에 우선협상자 지위에서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이 가능성은 나티시스와의 기존 계약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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