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쌍용차·신성건설, 회생채권자들이 쥔 '열쇠'

김효혜 기자공개 2010-12-07 08:28:59

이 기사는 2010년 12월 07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기업회생절차 M&A 중 가장 규모가 큰 두 기업, 쌍용자동차와 신성건설이 본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새 주인을 찾은 두 회사는 금방이라도 회생의 날갯짓을 시작할 듯 보이지만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마지막 관문인 '관계인 집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인 집회는 M&A에 의해 변경된 회생계획안에 대하여 채권단의 의견을 묻는 기업회생절차 M&A의 마지막 단계다. 채권단이 변제 내용에 동의해주면 회생계획안이 가결되고 법원의 승인이 떨어진다. 이는 곧 기업회생절차의 종결로 이어진다.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은 일반적으로 '회생담보권조, 회생채권조, 주주·지분권조' 등의 3조(組)로 나뉘어 표결에 임한다. 회생담보권조의 경우 의결권 총액의 4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며, 회생채권자조의 경우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주주·지분권조의 경우에는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쌍용차와 신성건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회생채권조'의 부결이다. 낮은 변제율에 반발한 회생채권자들이 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100%의 변제율이 보장되는 회생담보권조와 '회사의 계속'이 전제돼야만 권리가 유지되는 주주·지분권조는 가결이 무난할 전망이다.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과 본계약을 체결한 쌍용차의 최종 매각가는 5525억원이다. 쌍용차의 회생채무 7260억원을 변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일시 조기 변제로 채무액이 현가로 할인되는 점을 감안해도 약 700억원 가량이 모자란다. 회생채권자들의 출혈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신성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한 우진정밀화학은 인수가격으로 약 400억원을 제시했다. 신성건설의 채무는 총 2616억원으로 회생담보권이 429억원, 회생채권이 2187억원에 달한다. 우진이 제시한 금액은 회생담보권만 겨우 변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회생채권자들이 거의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국 두 회사의 회생을 결정짓는 열쇠는 회생채권자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모든 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M&A는 무산되고 만다. 회생채권조에서의 가결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회생채권자들은 쌍용차와 신성건설이 M&A를 통해 회생하는 경우와 이에 실패해 청산으로 가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한다. 청산된다 하더라도 '빚잔치'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회생계획안의 변제액보다 많다면 굳이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

회생계획안을 통해 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청산 시 보다 많을 경우에도 채권단은 '노(No)'를 외칠 수 있다. 인수자가 인수금액을 올려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 줄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다. 쌍용차와 신성건설의 회생채권자들은 후자보다는 전자를 이유로 부결할 확률이 높다.

특히 두 회사의 채권단은 지난 회생계획안 인가 때 출자전환을 통한 희생을 감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분을 거의 모두 포기해야만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담당자들이 책임을 면치 못할 사안이라 벌써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회생채권조에서 '예스(Yes)'를 내놓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쌍용차와 신성건설의 회생채권조는 1차 회생계획안을 심리한 관계인 집회 때도 부결을 고수해 법원이 강제인가를 내렸다.

물론 그 선택이 무엇이 됐든, 채권자들은 철저히 자신의 손익에 기초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빌려 준 돈'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권리 행사이다. 그 누구도 이들의 선택에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그 선택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에 한 기업의 명운이 갈리고, 그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거취가 달라지고, 그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가솔의 생계가 내몰린다. 더 나아가면 지역 경제가 휘청이고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이들의 선택이 결코 가벼울 수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채권자들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회생,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경중을 따지기란 쉽지 않다. 어느 한 쪽에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하지만 회생채권자들은 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눈앞의 이해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쥐고 있는 열쇠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