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자문 순위, 롯데가 갈랐다 CJ·LG '광장'이 주도..김앤장 '해외기업 국내기업 인수·매각 독점'
이 기사는 2011년 01월 04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인수합병(M&A) 딜(Deal) 수주가 중위권 법무법인의 순위를 갈랐다. 롯데로부터 가장 많은 일감을 받은 율촌은 법률자문 부문에서 3위(인수딜 완료기준)에 올랐다. 율촌이 롯데로부터 받은 딜은 5건이나 됐다. 반면 롯데는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에는 단 한 건의 M&A 자문 요청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기업과 법무법인간의 '짝짓기 현상' 혹은 특정 법무법인에 대한 선호 현상도 확인됐다. 법무법인 광장은 CJ그룹과 LG그룹은 M&A 딜을 주로 담당하며 광장의 특별한 고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랜드그룹의 딜을 전담했다. 해외 기업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김앤장'으로 조사됐다.
2010년 더벨 리그테이블 'M&A 자문' 부문에서 기업과 자문사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난해 M&A시장을 이끌었던 롯데그룹은 국내 주요 법무법인, 회계법인, 금융자문사 등에 일감을 고루 나눠줬다. 롯데는 지난해 총 16건의 인수딜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15건을 분석한 결과 롯데는 법무법인 4곳, 율촌, 세종, 태평양, 광장에 법률 자문을 맡겼다. 법무법인 별로 율촌은 호남석유화학의 말레이시아 타이탄인수, 롯데쇼핑의 GS리테일 마트 및 백화점 부문 인수, 롯데카드의 이비카드 인수, 파스퇴르 인수 등에 참여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세종. 세종은 바이더웨이 인수, 파키스탄 콜슨 인수, 영국의 Artenius 인수 등 4건에 참했다. 광장과 태평양도 각각 3건에 자문을 제공하며 롯데그룹 딜에 이름을 올렸다. 3위부터 5위까지의 딜 완료건수가 불과 1건 차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롯데 딜 수임 여부가 순위 싸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장 1건도 수임하지 못했다.
흥미로운 점은 롯데그룹은 단순히 딜 규모와 건수에 따라 법무법인은 안분하지 않았다. 롯데는 법률자문사 풀(Pool)을 두고 '일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각 로펌들은 한 딜이 끝나면 곧장 다른 딜을 수임했다.
회계법인 부문은 달랐다. 롯데는 주로 삼일PwC에 자문을 요청했다. 삼일PwC가 6건을 수행한 반면 삼정KPMG 3건, 언스트앤영 1건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M&A시장에서는 삼정과 삼일간의 업무 시스템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롯데 딜을 담당하는 삼일의 경우 실사와 자문을 한팀에서 해결하는 반면 삼정은 실사와 자문 영역이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사이즈가 작은 딜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롯데와 함께 M&A 시장을 이끌었던 포스코는 롯데만큼 M&A 건수가 많지 않아 자문사와의 관계를 엿보는 데 한계가 있지만 고른 선정을 보였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에서는 김앤장을, 성진지오텍 인수에서는 광장을, NK스틸 영업양수도는 태평양이 담당케 했다.
기업과 법률자문사간의 끈끈한 관계도 확인됐다. 롯데와 포스코가 고른 자문사 기용이라면 CJ그룹은 주로 '광장'에 자문을 요청했다. 광장은 CJ그룹의 미디어 사업을 한 곳으로 묶어 '오미디어홀딩스'로 합병하는 과정에 참여했고, CJ인터넷이 인수한 미디어웹과 지에이치호프아일랜드에도 법률자문사로 이름을 올렸다. CJ헬로비전이 인수 추진했던 포항종합케이블방송사에서는 매각측에 자문을 제공했다. 2007년 CJ의 지주회사 전환과정에 광장이 참여하면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광장은 'LG그룹'이 주도한 딜의 법률자문에도 주로 참여했다. 지난해 LG가 일으킨 딜은 총 5건. LG생활건강의 해태음료 인수, LG디스플레이의 이미지앤머터리얼스, 코카콜라음료의 한국음료 인수 등 리그테이블에 오른 딜 모두 광장을 거쳐갔다. 다만 LG가 자문 법무법인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어 광장이 이같은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 것이 법률자문업계의 의견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의 동아백화점 인수, 이랜드레저비스의 씨앤우방랜드 인수에 법무법인 '화우'가 인수 자문을 제공했다. 이랜드가 뉴코아를 인수했을 당시 화우가 법률자문사로 참여한 계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다른 대기업의 M&A에서는 포스코처럼 뚜렷한 관계 형성을 찾기 어려웠다. M&A 건수가 많지도 않거니와 입찰 등을 통해 법률 자문사를 선정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순번을 정해 일감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법무법인의 파트너급 변호사는 "지난해 M&A딜이 많았지만 기업들이 입찰을 통해 자문사를 선정하면서 딜 수에 비해 수수료 수입은 오히려 떨어졌다"며 "어려운 한해였다"고 회고했다. 또 "딜이 늘어난 만큼 인적 관계를 통한 딜 수임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해외기업들은 '김앤장' 선호가 강했다. 김앤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대리, 델파이의 한국 생산공장 매각, 유니타스캐피탈의 바이더웨이 매각, 노텔네트웍스의 LG노텔 매각 등 매각자문딜 31개(완료·발표 포함) 가운데 21개가 해외기업의 국내 기업 및 지분 매각 딜에 관한 자문제공으로 집계됐다. 또 해외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딜에서도 김앤장은 16건의 자문을 제공했다.
M&A업계 관계자는 "국내 법무법인들의 실력이 평준화됐지만 아직까지 해외기업에게 김앤장은 국내 최고 법무법인으로 꼽히고 있다"며 "다른 국내 법무법인들이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에 자문을 제공이 많다면 김앤장은 해외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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