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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과 NHN의 차이점

이상균 기자공개 2011-01-05 08:31:37

이 기사는 2011년 01월 05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게임업계는 활발한 인수합병(M&A) 움직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국내 게임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양질의 게임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퍼블리싱 업체들은 될 성 부른 개발사를 인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덩달아 개발사들의 몸값도 치솟았다.

이 와중에 넥슨은 지난해 게임업계 M&A의 사실상 승자라는 평을 얻고 있다. 엔도어즈와 게임하이를 품에 안는 등 약점으로 지적됐던 게임 장르를 충실히 보완했다. 더욱이 이들 업체는 다수의 게임업체와 치열한 인수전을 벌인 끝에 얻어낸 전리품이다. 넥슨의 M&A 성공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M&A 실무진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무진이 굳이 윗선에 보고할 필요가 없어 다른 경쟁사에 비해 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도처에 변수가 도사린 M&A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장점을 지닌 셈이다.

게임하이 인수가 대표적이다. 넥슨은 게임하이가 CJ인터넷 컨소시엄과 벌인 매각협상이 결렬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인수 협상 테이블을 꾸렸다. 그리고 계약금 성격인 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면서 최종 계약을 완료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2주가 채 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CJ인터넷이 난색을 표한 김건일 회장의 잔여 지분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협상에도 적극적이었다. M&A 실무자들에게 전권이 맡겨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정주 회장은 대형 딜을 철저히 실무자에게 맡기고 자신은 스튜디오 규모의 작은 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실무자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딜이 잘못될 경우 김 회장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지배력이 탄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김 회장은 넥슨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엔엑스씨의 지분을 부인 유정현씨와 함께 68%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게임업계 M&A 시장에서 가장 아쉬움을 많이 남겼던 곳은 NHN이다. 자금력에 있어서만큼은 넥슨에 뒤지지 않는 NHN이지만 이상하리만치 협상 막바지에 힘을 못 썼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다 잡은 먹이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NHN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 꼽힌다. M&A처럼 리스크가 큰 사업을 추진할만한 동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창업 1세대들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예전에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긴 호흡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NHN은 최근 수년째 적자를 보고 있는 대만과 중국 사업의 철수를 결정했다. 얼핏 보면 당연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해외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단기 실적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밌는 것은 NHN의 창업주 이해진 의장과 넥슨의 김정주 회장이 서울대 동창으로 절친한 친구사이라는 점이다. 창업 초기부터 이들은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은 NHN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1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NHN의 우호 지분 역할을 해오고 있다. 양사는 M&A 시장에서도 되도록 경쟁을 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양사의 이 같은 상호 배려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최근 너무도 달라진 넥슨과 NHN의 사업방향과 겹쳐지면서 묘한 대조를 이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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