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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올리면 금리가 내리는 이유

한희연 기자공개 2011-03-15 12:29:18

이 기사는 2011년 03월 15일 12: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 3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안정'을 선택했다.

3월 기준금리 인상은 다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워낙 높았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유가가 경기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일말의 걱정도 있었지만, 정부조차 경기보다는 물가를 더 주목했다. 한은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정상적인 기준금리 수준을 얼마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수준까지 계속 올릴 생각이 있음을 시사했다.

"단기간에 큰폭의 굉장히 강한 정책보다는 매우 의연하지만 꾸준하게 나아가는 정책이, 시장에 대한 충격을 비교적 어느정도 완화시키면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금리는 내렸다. 그것도 큰 폭으로 내렸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10bp 이상 떨어졌다.

한은이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이래, 기준금리 인상일에 시장금리가 제대로 오른 것은 지난 1월 뿐이다. 당시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 2010년11월과 닮은점, 기준금리 인상 후 시장금리 급락

특히 이달 금통위를 둘러싼 풍경은 지난해 11월과 닮았다. 기준금리를 올리니 시장금리가 급락한 것도 닮았고 총재의 기자간담회도 어딘지 모르게 비슷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성명서에서는 '금융완화기조'가 삭제됐다. 앞선 세달의 동결에 대해 '우회전 깜빡이를 키고 계속 직진하고 있다'는 등 비난하던 시장도 잠시 출렁거렸다. 하지만 총재는 간담회에서 문구 삭제를 크게 신경쓸 것 없다고 발언했다. 이날 시장 금리는 신나게 하락했다.

이달에도 총재는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면서' 정책을 펴고 싶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올리겠지만 시장금리는 많이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급락했으니, 총재의 의중대로 시장이 흘러가는 것일까.

물가안정에 대한 한은의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경기 하방위험으로 볼 수도 있었던 고유가 문제를 일축한 것은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여러 증거 중 하나다.

전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고유가 문제가 거론되자 김중수 총재는 "물가안정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후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이주열 부총재는 "앞으로 물가 불안 심리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공급충격의 2차 효과가 공포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물가급등이) 꽤 가지 않겠는가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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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11월과 다른점, 경기에 대한 미묘한 변화

시장에 충격을 주지않는, 의연하지만 꾸준히 나가는 모습을 강조했다는 점은 같았다. 하지만 정책 불확실성 해소로만 설명하기엔,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금통위 후 시장금리 하락에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우선 기준금리의 레벨이다. 금융위기 이후 2%대의 기준금리는 잠재성장률과 물가 수준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았다. 서둘러 올려야 한다는 강박과 명분이 강했다. 그러나 3%대 금리라면 일단 바닥은 벗어났다는 안도를 줄 수 있다. 할 만큼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늉은 냈으니 한숨 돌릴 여유를 갖고 싶을 수 있다.

이번 금리 인상도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숨돌린 수준'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급하게 추가 인상을 할 필요가 있겠냐는 내부 비둘기파의 목소리도 세질 수 밖에 없다.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다시 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지난 10일 발표된 중국의 2월 무역수지는 7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여년만의 적자 전환인 셈이다. 유럽의 신용등급도 불안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주말에 터진 일본 지진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불확실하다.

김중수 총재는 성장률 전망치 상향을 '없던 일'로 돌렸다.

"4월에 발표할 성장률이 4.5%보다 더 높아지느냐 라는 (지난번) 질문에, 그 당시에는 제가 높아질 거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정도의 하방리스크가 또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다시 저희 팀들이 면밀하게 분석을 해봐야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기 회복세를 믿고 달려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경기가 꺾인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할 상황. 결국 이번 시장금리는 이미 경기 쪽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본능대로 움직인 셈이다. 총재와 정부당국이 '물가'우려 발언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시장금리는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 총재는 이번 간담회에서 '늘' 있어왔던 실기논란에 대해 "아마 먼 훗날 이것을 전반적인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를 봐가면서 분석해서 평가할 것"이라며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 실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로 큰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1일 해외IB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시장은 항상 시장만의 기대가 있고 이는 내 기대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의 기대가 정책당국의 기대와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먼 훗날의 역사적 평가를 기다리겠다는 총재. 미리 움직이려는 시장금리는 그래서 기준금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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